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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사각지대 디지털 특수고용 노동자송예진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 송예진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축구 경기가 열리던 날, 폭우가 쏟아지던 날, 체감온도가 섭씨 40도에 육박했던 여름날. 폭염경보로 외출을 자제하라는 재난문자가 날아오더라도 생계를 위해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질주하는 오토바이가 있다. 노무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고 있지만 노동법과 사회보험제도 변두리에서 들어오지 못하는 디지털 특수고용 노동자, 우리가 매일 길에서 마주하는 배송기사·배달대행 라이더들이다.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플랫폼, 앱이 있다면 걸어 다니는 수고 없이 내 방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할 수 있고 간단한 식사부터 요리까지, 어제 주문한 물건도 오늘 새벽이면 집 앞에 도착하는 것이 가능한 세상이 왔다. 단순 배달부터 가사서비스·청소용역·간병서비스까지. 누군가에게는 기술이 발전한 편리한 세상이겠지만 타인의 값싼 노동력으로 이뤄지는 플랫폼 노동시장 영역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 의미의 특수고용 노동자도 노동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와중에 디지털 특수고용 노동자로 불리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거래되는 새로운 고용형태는 특수고용 노동자들보다 종속성이 약해 대부분 자영업자·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유형의 특수고용 노동자가 55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기존 특수고용 노동자들처럼 노동권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노동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이들을 보호할 법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노동법은 여전히 고집스럽게 종속적인 방식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들만 보호하겠다면서 비종속적인 방식으로 노무를 제공해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종속적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들은 노동자로서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최저임금이 없고 주휴일이 없으며 퇴직금도 없다. 야간이나 주말에 일하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없고 부당하게 해고돼도 구제방법이 없다. 일하다 다쳐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기술 발전으로 편리한 세상이 누군가에게는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도 정당한 세상이 된 것이다.

최근 노동부는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대책으로 무더위 시간대 옥외작업에 대한 작업중지 권고 온도를 섭씨 35도로 낮추는 등 노동자들의 건강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날씨가 좋지 않을수록 일이 많아지는 배달대행 라이더들에게는 먼 나라 얘기다. 폭염과 폭우에 작업중지 요청 권한도, 4시간 일하면 30분의 휴게시간이나 소정근로일을 만근하면 주어지는 1일의 주휴일도 보장받을 수 없다.

힘들면 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일을 쉬면 생계를 위협받게 되니 밀려드는 주문에 라이더들은 일을 나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간을 다투는 배달업은 사고 위험에 노출돼도 이들을 보호할 장치도, 책임을 물을 사용자도 없다. 사용자는 옥외작업 노동자에게 시원하고 깨끗한 물과 그늘진 장소를 휴식처로 제공하고, 노동자가 건강상 이유로 작업중지를 요청하면 즉시 조치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들은 누구에게 요청해야 할지조차 알지 못한다. 취약한 노동자일수록 법의 보호가 필요함에도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외국에서는 플랫폼 노동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사용자와의 종속관계에 매몰돼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방법은 종속관계가 없다면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분법적 구분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고용형태에 따른 노동자를 다시 정의하는 것이다.

노무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생계를 유지하는 자를 고용형태가 디지털로 옮겨 왔다고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노동하는 사람은 있지만 노동자는 없는 세상. 플랫폼 노동이 가져온 세상에 진정 노동자는 없는 것인지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누구의 노동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플랫폼 노동이 사용자책임을 회피하려는 자들과 중간착취 도구가 되지 않도록, 플랫폼 노동자들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함께 법·제도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송예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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