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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공장 '사내하청 사용'은 모두 불법서울중앙지법 공장 밖 '탁송업무'도 불법파견 판결 … "현대차 지휘·명령 받아"
▲ 현대차 수출선적팀 사내하청 불법파견 판결이 나온 22일 금속노조 현대기아차비정규직 6개 지회 공동투쟁위원회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전 공정에 즉각 시정 명령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완성차공장의 컨베이어 시스템과 연계한 직접생산·간접생산공정뿐만 아니라 생산공정과 직접 연결되지 않은 차량 탁송업무도 원청이 직접고용해야 하는 업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자동차회사가 사용하는 사내하청의 거의 모든 공정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판결이다. 고용노동부가 준비하는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직접고용 시정명령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탁송업무 노동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승소

서울중앙지법 41민사부(부장판사 정도영)는 22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 무진기업 노동자 27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무진기업은 현대차 울산공장 통합사업부 수출선적팀에 속한 사내하청업체다. 이곳 노동자들은 컨베이어벨트를 거쳐 생산돼 나오는 차량을 운전해서 수출선적부두 근처 치장장으로 운송(탁송)하는 일을 한다.

무진기업 노동자 38명은 2016년 3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판단해 달라며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도중에 11명이 소송을 취하했다.

재판 과정에서 현대차는 "생산공장과 떨어져 작업이 이뤄지고 도급업체(하청업체)가 지휘·명령을 하고 있다"며 "컨베이어 시스템을 거치지 않는 운송업무라서 파견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합법도급)"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장과 떨어져 작업이 진행되더라도 현대차의 지휘·명령에 따라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제조업 생산공정에는 파견노동자 사용을 금지한 파견법을 위반한 불법파견이라고 판시했다.

이날 판결은 완성차공장의 사실상 모든 공정에 사내하청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를 가진다. 대법원은 2010년(근로자지위확인 소송)과 2012년(부당해고 재심판정취소 소송)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가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현대차 사내하청근로는 파견근로"라고 판시했다. 컨베이어벨트 라인을 따라 일하는 공정, 즉 직접공정 사내하청 노동자는 파견노동자여서 불법파견이라는 것이다. 이어 2017년 서울고법은 포장업무·출고업무 같은 간접공정에 사내하청을 사용하는 것도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완성차 넘어 제조사 유사업무 도급도 불법파견 소지"

재판에서 노동자를 대리한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법원은 오늘 판결을 포함해 현대차 사내하청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공정에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결하고 있다"며 "검찰은 이제라도 완성차 공장의 불법파견을 수사하고 노동부는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판결에 따르면 현대차와 유사한 컨베이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제조업 사업장의 사내하청 근로도 파견근로로 볼 수 있다"며 "비정규직이 정규직 지위를 주장하는 데 유용한 판례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판결 직후인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에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촉구했다. 이곳에서 이날로 25일째 단식 중인 김수억 노조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장은 "노동부는 2004년 현대차의 광범위한 불법파견을 확인했지만 오늘까지도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하지 않고 있다"며 "노동부는 법원 판결을 기준으로 삼아 직접고용을 명령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울산공장에는 무진기업과 같은 탁송 사내하청업체 네 곳이 있다. 노동자는 300여명이다. 소송 당사자이기도 한 유홍선 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은 "불법파견 인정 투쟁을 하면서 상처가 났던 몸과 마음이 치유받는 느낌"이라며 "오늘은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울먹였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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