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중심지를 인위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하려는 시도가 한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을 후퇴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금융경제연구소가 21일 '국책은행 지방이전의 타당성 연구(산업은행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러 정치인들이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본점을 자신의 지역구로 이전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금융경제연구소는 △혁신성장금융 △기업금융·투자금융 △글로벌금융 △통일금융 사업을 산업은행의 역할로 규정했다. 연구소는 “내부인력 외에도 정부부처와 각종 전문가와 협업을 통한 인적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며 “이 같은 역할의 효율적인 집적효과를 위해 서울이라는 본점 소재지의 지리적 이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제금융기구와 협업하거나 국제회의, 남북경협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도 산업은행 소재지를 서울에 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인위적인 금융중심지 조성의 문제점은 외국사례로 보여 줬다.

연구소는 "세계의 금융이 시작돼 자연스레 형성된 런던과 같이 금융중심지는 금융기관들의 필요에 의해 결과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국가 주도하에 만든 것이 아니다"며 "독일·일본·프랑스·싱가포르 등 국가에서 정책금융기관은 소위 해당국가의 제1 금융중심지에 소재하고 있으며 강제로 국책금융기관을 이전하거나 이전하려고 계획하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정부가 2009년 부산 문현지구를 특화금융중심지로 선정하고 여러 금융공기업을 이전시켰다. 하지만 현재 부산에 있는 외국 금융회사는 드물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내 시중은행 본점 어디도 부산으로 이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가 2017년 전북 전주로 이전했다. 올해 3월까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가 모두 18회 열렸다. 단 한 번도 전주에서 열리지 않았다.

연구소는 "지방 금융중심지 설립은 오히려 한국 전체의 금융산업 경쟁력을 낙후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지난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으로 지목되는 '4대강'과 '자원외교'에 못지않게 비판받아야 마땅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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