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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이 2014년 외국에서 근무 중 사망한 삼성엔지니어링 노동자의 재해를 재심사 끝에 업무상재해로 인정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해외파견자 산재보험 적용 여부 판단 기준'을 소급 적용한 첫 사례다. 애초 최초 산재가 불승인됐던 결정적인 이유는 삼성엔지니어링측이 재해노동자의 해외출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인데 공단은 재심사에서 회사의 이런 행위를 산재 인정에 유리한 간접사실로 판단했다.

21일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에 따르면 지난 14일 공단 서울동부지사는 이라크에서 사망한 C씨 유족이 신청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심사청구 사건을 이같이 결정했다. C씨는 2014년 8월 이라크에서 근무장소로 이동하던 중 차량전복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유족들은 2017년 6월 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는데 공단은 외국파견 근무자여서 국내법이 이라크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국외 근무자의 경우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 본사의 지휘·감독 아래 근무하는 외국출장이면 산재로 인정되지만 외국파견자는 업무상재해가 명백하더라도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외국파견과 외국출장은 명확한 정의규정이 없어 구분이 쉽지 않다. 특히 회사가 협조하지 않으면 관련 사실 입증이 어려워 외국 근무자의 산재 적용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노동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외국출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공단이 실질적으로 조사해 산재보험 적용 여부를 판단하라는 내용을 담은 '해외파견자 산재보험 적용 여부 판단 기준' 지침을 마련했다.

C씨 유족은 노동부 지침에 따라 다시 업무상재해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지난해 12월 공단에 산재 재심사 절차인 심사청구서를 접수했다. 공단은 회사측에 외국파견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자료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공단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산재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을 오히려 산재 인정의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116조(사업주의 조력)와 117조(사업장 등에 대한 조사)에 따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아 산재노동자나 유족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해 산재보험급여를 받는 데 필요한 증명이 곤란한 경우 이를 산재 인정에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김민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는 "정당한 산재보상을 받지 못한 해외근무자들과 유족들이 지금이라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공단은 과거 해외근무자의 산재 불승인 처분사건을 전수조사해 부당한 처분을 스스로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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