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9. 7. 24. 선고 2019누31664 판결

1. 사건의 개요

경찰공무원인 망인(1974년 5월8일생)은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중 2015년 4월5일 오후 9시40분께 지령을 받고 사건 현장에 출동했다. 사건 현장에서는 주취자가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하고 재물을 손괴했는데, 주취자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계속하며 망인의 얼굴에 머리를 들이밀며 소리를 질렀고, 그 과정에서 망인이 쓰러져 같은달 7일 오후 1시6분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했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신청을 했으나, 피고는 국가유공자(순직군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통보했고, 1심 법원에서는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서울고등법원은 ① 망인이 긴급신고 처리를 위한 현장활동 중이어서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중이었고 ② 망인에게 가해진 스트레스가 보통의 평균인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신체의 완전성에 심각한 육체적·정신적 위해를 입히는 정도여서 뇌동맥류가 파열된 것으로 보이며 ③ 평소에 망인이 건강관리를 꾸준히 한 점을 보면 망인의 직무수행이 사망의 주된 원인이라고 봐 이 사건 처분이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3. 판결의 의의

가. 개정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의 요지(2011. 9. 15. 법률 11041호로 개정)

국가유공자(순직군경)에 관해 종전 국가유공자법에서는 직무수행과의 상당인과관계만을 요구했다. 그런데 개정 국가유공자법 4조1항5호에서는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으로서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을 포함한다)”으로 변경됐고, 시행령 별표1의 2(2-8)에서는 긴급신고 처리를 위한 현장활동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급성으로 질병이 발생했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한 사람으로 정하고, 다만 기존 질병이 원인이 되거나 악화된 경우는 제외한다고 정했다.

국가유공자법 개정으로 인해 ① 국가유공자로 인정되는 직무수행의 범위가 좁아졌고 ② 또한 상당인과관계가 아닌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한 규명이 필요해졌다.

나. 개정 국가유공자법 시행 이후 판례

대법원은 보훈보상대상자와 국가유공자를 분리해 규정한 취지가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예우를 받아야 할 사람에게 합당한 예우와 지원·보상을 하기 위함에 있다면서 ‘직접적인 원인’이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을 넘어선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로 본인의 체질적 소인이나 생활습관에 기인한 경우 또는 기존의 질병이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으로 인해 일부 악화된 것에 불과한 경우 등에는 주된 원인이 없다고 봤다(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5두46994 판결).

다른 한편 대법원은 장갑차 운전병으로 근무하다가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좌측 시력 상실로 의병 전역하고 36년 이후에 ‘좌안 중심성 망막염, 좌안 황반부 변성, 좌안 망막박리’로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한 사건의 경우 입대 전 시력이 정상이었으나 입대 후 11개월 만에 시력이 악화돼 시력이 상실됐고, 직무수행과 교육훈련 내용 등에 비춰 보통의 평균인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그로 인해 신체의 완전성에 육체적·정신적 위해를 초래할 정도로 상당한 과로 및 스트레스가 누적될 수준이었으므로 국가유공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기존 질병이 원인이 되거나 악화된 경우는 제외한다’와 ‘급성으로’ 부분은 주된 원인이 아닌 경우를 배제하기 위한 문구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4두46034 판결).

이 사건에서는 위와 같은 기준이 뇌심질환에서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와 망인과 같이 뇌동맥류가 있는 경우의 판단 기준은 어떠한지가 관건이 됐다. 한편 대상판결에 앞서 경찰서에서 근무 중 뇌지주막하 출혈로 사망한 경찰 판결(울산지법 2016. 4. 21. 선고 2015구합480 판결), 교육을 받은 직후 뇌경색으로 사망한 경찰 판결(서울행정법원 2016. 1. 8. 선고 2014구단15507 판결)에서는 모두 국가유공자 비해당 결정이 타당하다고 봤다.

다. 국가유공자 인정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시하다

1) 서울고법은 국가유공자법상 순직군경으로 인정되려면 ① 직무수행이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서, 직무수행 자체에 상당한 위험성이 내재돼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② 직무수행에 내재한 위험성이 실제로 발현되고 그것이 질병 발생이나 사망의 주된 원인이 돼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기존 질병이 사망의 주된 원인이 되거나 본인 과실에 의해 사망에 이른 경우는 배제된다고 설명했다.

2) 서울고법은 망인이 근무한 지구대의 112 신고건수가 전국 지역경찰관서 중 5위이고, 5대 강력범죄 발생과 검거 현황이 높은 편으로 직무수행에 상당한 위험이 내재돼 있어 망인에게 긴장과 스트레스가 누적됐을 것이라고 봤다.

3) 경찰관인 망인이 주취폭력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주취자의 생명과 신체도 보호해야 하고, 주취자가 일순간에 주변인과 망인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자해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하므로, 그로 인한 심각한 긴장과 스트레스로 인해 ‘보통의 평균인’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신체의 완전성에 심각한 육체적·정신적 위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봄으로써 직무수행에 내재된 위험이 발현됐다고 봤다.

4) 피고는 뇌동맥류가 어느 경우에라도 파열될 수 있고, 망인에게 흡연이나 고혈압 등 뇌동맥류 파열 위험인자가 있으므로 직무수행이 뇌출혈의 주된 원인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뇌동맥류가 있다고 해서 모두 뇌출혈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일시적인 혈압 상승으로 인해 뇌동맥류가 파열되는 경우가 상당한데 망인의 경우에는 직무수행 당시의 긴장과 스트레스로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망인의 혈압과 총콜레스테롤이 모두 감소했고, 체력관리를 꾸준히 했으므로 뇌동맥류나 고혈압이 뇌출혈의 발생 또는 악화의 주된 원인이 아니라고 봤다.

5) 이러한 판단은 뇌동맥류가 없었더라면 파열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적인 항변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국가유공자 판단에서도 산업재해 사건과 마찬가지로 재해자 본인의 신체를 기준으로 판단함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에 설시된 ‘보통의 평균인’ 개념은 보통의 평균인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직무수행이 충분히 위험했는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는 것임을 명확히 했다. 이와 달리 보통의 평균인이라면 뇌동맥류가 없을 것이므로 망인과 같은 상황에 놓였더라도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적 판단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6) 경찰관들의 경우 교대제나 장시간 노동, 높은 강도의 직무 스트레스 등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노조나 직장협의회가 없어서 개선요구를 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상판결이 대법원에서 조속히 확정됨으로써 유족들이 망인을 명예롭게 기억하고, 경찰관 과로사·과로자살 문제 개선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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