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금융권 노사가 은행이 거두는 천문학적인 수익의 일부를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쓰기로 합의했다. 금융회사별로 쌓여 있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간접고용 노동자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다. 정규직 대비 저임금직군의 임금인상률을 지난해보다 높게 한다는 합의도 했다. 저임금 직군 임금인상률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 대비 저임금직군 임금인상률 기존보다 상향

금융노조(위원장 허권)는 19일 오전 서울 다동 사무실에서 긴급 지부대표자회의를 열고 올해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마련한 잠정합의안을 심의했다. 허권 위원장과 김태영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은 주말에 이어 이날까지 세 차례 대대표교섭을 갖고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임금 4.4% 인상을 요구했다. 은행 창구에서 텔러로 일하는 저임금직군의 임금을 정규직 대비 80%로 상향하라고 촉구했다. 지금은 정규직의 55% 수준이다. 금융사용자협의회는 임금 1.1% 인상을 제시했다. 저임금직군 처우개선은 임금인상분 총액에서 사업장 자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노사는 4월 이후 20차례가 넘는 교섭에도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달 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중앙노동위는 같은달 29일 임금 2.0% 인상과 "저임금직군과 일반 정규직 사이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과거 인상률을 초과하는 임금인상을 적용하라"는 조정안을 내놓았다. 노조는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사용자협의회가 이를 거부하면서 조정이 결렬됐다.

노조는 이달 7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허권 위원장에게 교섭권을 위임하기로 했다. 사측 교섭대표단과의 개별면담과 집중 대대표교섭이 이어졌다. 사용자협의회는 중앙노동위 조정안대로 임금 2.0%를 인상하는 데 동의했다. 노사는 “2019년 저임금직군 임금인상률은 2018년 일반 정규직 대비 저임금직군 임금인상률(비율)보다 높은 수준을 원칙으로 각 기관별 상황에 맞게 별도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문구를 잠정합의안에 담았다. 노조는 2013년부터 매년 저임금직군의 임금인상률을 정규직 이상으로 하는 것에 사용자협의회와 합의했다. 지난해 지부별 보충교섭에서 상당수 사업장이 정규직 임금인상률의 2배를 저임금직군에게 적용하기로 했다. 노조는 "예를 들어 지난해 저임금직군에게 정규직 대비 1.5배 임금인상률을 적용한 사업장은 1.6배 이상을, 2배를 적용한 곳은 2.1배 이상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문학적인 은행 수익으로 간접고용 노동자 처우개선"

중앙노사위원회 잠정합의안도 마련됐다. 노사는 단체협약 개정을 위한 교섭이 없는 해에 중앙노사위원회를 운영한다.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합의가 눈에 띈다. 노사는 사업장이 파견·용역노동자를 사용할 때 고용노동부의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휴게장소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상생협력을 위해 지부 노사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수혜 범위를 파견 및 용역근로자들에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잠정합의안에 담았다. 세부적인 사항은 기관별 상황에 맞게 정하기로 했다. 근로복지기본법에 의해 사내근로복지기금은 도급노동자와 파견노동자의 복리후생 증진에 사용할 수 있다. 2017년 10월 근로복지기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사내근로복지기금 기본재산(적립된 원금)의 최대 20%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쓸 수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매년 순이익의 일부를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쌓아 놓고 장기간 적립된 원금에 손을 대지 않아 막대한 규모의 재원이 쌓여 있는 상황”이라며 “천문학적인 은행 수익 중 일부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부대표자들은 잠정합의안을 추인했다. 노조는 21일로 예정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취소했다. 이달 중 조인식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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