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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회사 규정대로 일했는데 목숨 잃었다"특별조사위 '발전산업 외주화 중단' 권고안 발표 … 발전소 재해 95% 협력사에서 발생
▲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에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지난해 12월10일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사망당시 24세)씨의 죽음은 발전소쪽이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업무를 노동자에게 전가한 것이 원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정부가 추진한 발전산업 외주화·민영화 정책으로 인해 발전사들이 노동자에게 위험을 떠넘길 수 있게 됐다는 지적이다.

특별조사위 활동 4개월 만에 권고안 발표
원·하청 업무지시 따라 일하다 사고 발생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위원장 김지형)는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김씨 사망사고 발생 직후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김씨가 속한 하청회사 한국발전기술은 사고 원인을 개인과실로 몰았다. 한국서부발전 관계자는 지난 4월3일 조사위 출범 직후 사고현장을 찾은 조사위원들에게 "원래는 그 아래(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벨트 설비 아래 공간)에서 일하지 못하게 돼 있다. 한국발전기술과의 계약서에도 그리 명시돼 있다"고 말해 원성을 샀다.

조사위 활동 결과 김씨는 회사가 시키는 일을 충실히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한국발전기술은 업무지침에 컨베이어벨트가 가동 중일 때도 낙탄 처리작업을 하도록 명시했다. 업무지침에는 이상이 의심되는 현장·기계를 촬영해 보고하는 절차도 뒀다.

사고 발생 전에 원·하청 모두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다. 올해 고용노동부 종합안전보건진단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발전기술은 사고가 발생하기 적어도 10개월 전에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에 컨베이어벨트 등 석탄취급설비 개선을 요청했다. 원청은 지난해 2월 하청의 요청을 접수했다고 밝히면서도 사고 발생 전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영국 조사위원(변호사)은 "발전소 설비는 원청이 소유하고 하청은 설비운영만 담당하는 구조에서 하청업체의 설비개선 요청은 무시되는 경우가 흔했다"며 "원청과 하청업체의 책임회피 구조로 위험이 방치되고 결국 하청노동자에게 사고가 집중해 발생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전산업 외주화로 위험 확대돼"
올해 4월 이후에도 11건 산재 발생


조사위는 이날 발전산업 민영화 정책 추진 경과와 결과 부분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김지형 위원장은 "위험은 외주화됐을 뿐만 아니라 외주화로 인해 위험이 더욱 확대되는 방향으로 구조화됐다"며 "노동안전보건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조사위가 발전회사들의 10년간 재해율을 조사했더니 사고의 95%가 자회사·하청회사 등 협력사에서 발생했다. 발전 5사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재해발생 위험도가 원청에 비해 하청회사들이 5.6~6.4배나 높았다.

김씨 죽음 이후 발전소 현장은 조금이라도 안전한 일터가 됐을까. 조사위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조사위가 활동한 4월부터 최근까지 제보받은 산업재해만 11건이다. 산재 발생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은폐의혹이 있는 사고도 6건이나 됐다. 안전장치 없이 가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노출된 채 작업을 해야 하는 환경도 발전소 곳곳에서 확인됐다.

조사위는 김씨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발전산업 민영화·외주화 철회 등 22가지 권고안을 발표했다. 발전사에 안전보건담당 이사를 두는 등 사업주에게 안전 책임을 부과하는 조직체계를 구축하고, 사용자가 법적 책임을 지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라고 주문했다.

조사위는 지난 4월 국무총리 산하 기구로 출범해 발전사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김씨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는 조사활동을 했다. 공식 활동기간은 다음달 말까지다. 조사위는 조사기간이 끝난 뒤에도 권고안 이행을 점검할 '이행점검위원회' 설치를 정부에 건의했다.

이날 현장에는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고인의 동료들이 찾아 조사위 발표를 경청했다. 김미숙씨는 "사고 이후 회사는 아들의 죽음을 개인 잘못으로 몰아갔다"며 "조사위 조사 결과 구조적 문제로 인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용균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사람이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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