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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는 2년6개월 사회적 대화 했는데] 정부지원금 욕심에 상생형 일자리 ‘수개월 만에 뚝딱’
문재인 정부가 광주형 일자리를 모델로 상생형 지역일자리를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노사민정 협정 또는 투자협정을 맺거나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노사관계 혹은 원·하청 관계를 혁신하거나 연대하는 본래 취지보다는 기업 투자유치 경쟁에 몰리는 형국이다. 상생형 지역일자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는 좀체 보이지 않는다.

부실한 사회적 대화, 이행력 약한 협약

11일 노동계와 정부에 따르면 올해 1월31일 광주형 일자리 관련 투자협정과 노사상생발전협정이 체결된 뒤 상생형 지역일자리를 검토하는 지자체가 잇따르고 있다.

경남 밀양에서 첫 테이프를 끊었다. 6월24일 협약을 체결했다. 26일에는 대구시와 자동차 부품업체인 이래AMS노사·금융기관·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협약을 맺었다.

경상북도와 구미시·LG화학은 지난달 25일 상생형 구미일자리 투자협약식을 했다. 울산시는 같은달 29일 현대모비스 투자유치 소식을 알렸다. 이달 중으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한다. 강원도는 이달 13일 협약을 체결하고, 군산형 일자리도 이달 중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 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 확산방안’을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길어 봤자 6개월 정도 되는 시점에 협약이 체결되고 있다.

2014년부터 추진된 광주형 일자리가 2016년 중반부터 2년 반 가까이 사회적 대화를 한 뒤 협약을 맺은 것과 비교된다. 광주지역 노사민정은 더나은 일자리위원회라는 별도의 사회적 대화기구까지 만들어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원·하청 관계 개선 △노사 책임경영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현대자동차와의 투자협상에 깊숙이 개입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원·하청 관계와 노사관계 개선이나 상생 관련 문구를 선언적으로나마 반영했거나 그렇게 할 예정이다. 대구의 경우 "원·하청 동일노동 동일임금"까지 선언했다. 광주와 비교해 사회적 대화 기간이 짧은 만큼 실행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광주형 일자리를 초기부터 주도했던 노동계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상생형 일자리와 관련해 입버릇처럼 “사회적 대화”를 강조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광주형 일자리도 방향을 놓고 참여주체들 간 이견이 있어 순탄치 않다”며 “상생형 일자리 추진주체들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과 이견을 직접 확인하고 조율해 가는 기회를 충분히 가져야 새로운 일자리 모델의 주인으로 거듭날 수 있고, 그래야 새로운 일자리 모델이 해당 지역의 것으로 제대로 자리 잡고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쉬운 투자촉진형 사업에 몰려

지자체들이 빠른 시간 안에 상생형 지역일자리에서 성과를 내려고 하는 것은 정부 방침과 관련이 크다. 정부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관련 신설법인에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을 지원한다. 보조금 한도도 1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늘렸다.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이 성공하자마자 각 지자체가 사업에 뛰어든 배경이다. 사회적 대화나 상생협약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상생형 지역일자리 필수조건으로 상생협약을 제시했음에도 지역 노사민정은 사업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 관계자들도 이해도가 높지 않다. “정부 관계자가 상생협약에 ‘무분규 선언’을 넣으라고 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을 정도다. 광주형 일자리에서 제시된 노사관계 개선은 무분규가 아니다. 갈등과 담합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지는 노사관계, 기업 울타리를 넘어선 노사관계를 지향한다.

정부가 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임금협력형과 투자촉진형으로 나눈 것이 패착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금협력형은 대기업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대신 대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유형이다. 공공임대주택 같은 사회임금을 늘리고 대·중소기업 상생을 추구한다. 반면 투자촉진형은 중소·중견기업의 신속한 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강조한다.

기업이나 지자체 입장에서는 투자촉진형이 손쉬워 보일 수밖에 없다. 실제 광주형 일자리 이후 '임금협력형'을 추진하는 지자체는 없다. 구미시와 울산시는 각각 대기업인 LG화학과 현대모비스의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투자촉진형 일자리”라고 주장한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 관계자는 “투자촉진형은 이전처럼 지자체가 기업투자를 유치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며 “어느 누가 부담스러운 임금협력형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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