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지혜 청년유니온 노동상담팀 부팀장

청년들에게 근로기준법은 ‘낡은 법’이 아니라 ‘낯선 법’이다. 제정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지와 무관하게 체감상 여전히 낯설다. 일단 법은 멀리 있고 사장님은 가까이 있다. ‘법정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청년도 많다. 법은 멀고 사각지대는 가까운 일터는 특히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생애 첫 노동경험이 될 수도 있는 곳에서 근로기준법은 그렇게 한 뼘 멀어진다. 스피커를 통해 확산되지 않는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지 않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연설에서처럼 “근로기준법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는 표현으로 뭉개고 넘어갈 수 없는 현실이다.

청년유니온 홈페이지의 노동상담 게시판 기본 항목 중에는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가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근로계약서를 안 쓰나 싶을 수도 있지만, 그 누구는 생각보다 많다. 게시글을 확인해 보면 10건 중 2~3건은 근로계약서 미작성이다. 고용형태 변화나 4차 산업혁명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없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그 사업장들은 편의점·카페와 같이 전형적으로 근로계약서 작성이 요구되는 일터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알바천국과 청소년근로권익센터가 1천37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도 교부받지도 못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40.6%였다. 노동상담 현황과 궤를 같이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사각지대의 위력은 더욱 커지는 것 같다. 폭언을 시전하는 매니저 때문에 힘들어하던 근로자는 지하철 광고판에서 ‘직장내 괴롭힘 금지’ 포스터를 봤다고 했다. 그 법의 적용으로 나타날 효과를 기대하면서 노동상담 창구를 찾아왔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또 최근에 접한 5인 미만 사업장 사례로는 이런 곳이 있었다. ‘저녁 11시부터 아침 9시까지 주 5일 근로. 야간수당 없음.’ 최저임금 언저리의 야간 아르바이트였다.

주휴수당을 못 받았고 근로계약서는 없다. 그러나 일한 시간을 입증해 내지 못하면 임금을 떼인다. 생활패턴 뒤틀려 가며 밤새 일을 했다. 그렇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기 때문에 법에서 정한 수당조차 받을 수 없다. 근로기준법의 시대가 저문다는 발언에 “떠오르지 않았는데 어떻게 저물어요?”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근로기준법은 온전히 떠올라 청년들의 일터를 비춘 적이 없다. 그러니까 있는 법을 지키지 않는 일터, 법이 있지만 적용받을 수 없는 일터를 경험해 본 사람들에게 근로기준을 넘어 계약자유의 시대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뜬금없고 염치도 없는 것이다.

청년유니온이 주로 학생들을 만나는 강연에서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하거나 혹은 곧 시작하게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둘 때 드리는 말씀이다. 하나는 “근로계약서를 꼭 쓰셔야 합니다”이고, 또 하나는 “5인 이상 사업장인지 확인하셨으면 좋겠어요”다. 근로기준법은 저물 때가 아니라 더욱 떠올라 일터를 완연히 비출 수 있어야 한다. 청년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건 근로계약서는 당연히 쓰실 거예요” 혹은 “근로기준법은 기본적으로 사업장 규모와 관련 없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원칙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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