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일본 정부가 반도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한 달여 만에 1건에 대한 수출허가를 하면서 우리 정부도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가)에서 일본을 배제하는 반격카드를 유보했다. 한일 양국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인데 일본 수출규제가 살아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지난 7일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3개 품목 중 하나인 EUV 포토레지스트 한국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고 공개했다. 당초 수출허가까지 3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으나 한 달여 만에 1건을 허가한 것이다. 강제징용 판결 때문이 아니라 수출관리라는 점을 홍보하는 한편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대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일단 맞대응을 유보했다. 정부는 같은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논의했다. 당초 회의가 끝난 뒤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연기하기로 했다. 일본의 의도가 분명치 않은 데다 언제든 수출규제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상황이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변명을 어떻게 바꾸든 일본의 조치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체질과 산업생태계를 개선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어 내야 한다”며 “불확실성이 여전히 살아 있어 어떤 대응책이 필요한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1건에 대한 수출을 허가했지만 정치적 이유로 경제보복을 하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고, 불확실성을 확실히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일본이 다음에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우리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허가를 재개했다고는 하나 아직 그 의도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며 “자국 기업 피해와 국제사회 여론, 한국의 대응을 봐 가면서 추가적 보복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은 일본의 단기적 대응에 휘둘리지 않고 이번에야말로 대일의존적 산업체계를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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