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피의자에게 조사 시작 전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할 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고 행사 여부를 질문하도록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하라”고 A경찰서장에게 권고했다고 5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보복운전 혐의로 A경찰서 교통조사팀 경찰관 ㄴ씨에게 두 차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ㄴ씨는 “1차 조사에서 ㄱ씨의 보복운전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명백하지 않아 피의자 신문조서가 아닌 진술조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차 조사에서는 ㄱ씨에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구두로 고지했을 뿐 아니라 ㄱ씨가 모니터 화면상으로 해당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1차 조사가 진정인 혐의사실 규명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조서 형식과 무관하게 실질적으로 피의자 신문 성격을 가진 것으로 봤다. 인권위는 “1차 조사에서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헌법 12조에서 보장하는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2차 조사에서 권리행사 여부를 제대로 질문하지 않은 것은 형사소송법 244조의3(진술거부권 등의 고지)을 위반해 헌법 12조에서 보장하는 진정인의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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