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건강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아직 죽을 정도는 아닙니다."

5일 오후 서울 강남역사거리 25미터 CCTV 철탑 위. 삼성에 복직·사과를 요구하며 농성 중인 김용희(60)씨가 아래를 보며 이같이 말했다. 고공농성 57일차였다.

김씨는 단식 8일차였던 6월10일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55일간 곡기를 끊은 채 철탑 위에서 말라 갔다. 폭염 속 건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의료진과 시민·사회단체의 설득으로 지난달 27일 단식을 중단했다.

그는 이날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지금은 하루에 미음 한 컵 반을 3회에 나눠 먹고 있다"며 "점점 양을 늘려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빨리 내려가고 싶지만 삼성이 일을 안 끝내고 있다"며 삼성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김씨는 1982년 삼성정밀주식회사 시계사업부에 입사했다가 84년 삼성시계주식회사로 전보발령됐다. 90년 삼성그룹 경남지역노조 설립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고난이 시작됐다. 노조 설립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회사 간부에게 납치를 당하고 각종 회유와 협박에 시달렸던 김씨는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징계해고를 당했지만 이후 피해 여성이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없다고 공증했다.

해고무효 소송 중이던 김씨는 93년 삼성물산으로 복직했다가 "소송취하서를 작성하면 계열사에 1년 근무 뒤 원직복직을 시켜 주겠다"는 회사 약속을 믿고 따랐다. 삼성건설 소속으로 러시아에서 일하고 왔는데, 회사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때부터 질긴 싸움이 시작됐다.

이날 강남역 8번 출구 근처 삼성전자 사옥 인근은 사무연대노조 삼성화재애니카지부 결의대회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파업 상경집회로 시끌벅적했다. 고공에서 노조 깃발이 행진하는 것을 보던 김씨는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해도 이름만 정규직으로 바꿔 놨지, 비정규직과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삼성전자서비스 동지들도 투쟁을 통해 스스로 권리를 찾아갔으면 하고, 삼성은 직접고용을 했으면 그에 걸맞은 처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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