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노동계 반대에도 금융투자분석(애널리스트)과 투자자산운용(펀드매니저) 업무를 재량근로 대상업무에 추가했다. 노동부는 재량근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재량간주근로제 운영 안내서’까지 내놓았다. 노동계는 “재량근로 대상 업무범위를 넓히기 위한 조치”라고 반발했다.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재량근무 가능
노동계 “노동부 장관 재량범위 벗어난 결정”


노동부는 31일 근로기준법 58조(근로시간 계산의 특례) 3항에 따른 재량간주근로시간제 대상업무에 금융투자분석·투자자산운용 업무를 포함하는 내용으로 고시를 개정했다. 지난해 7월부터 금융업이 근로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뒤 두 업무를 재량근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업계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근기법에 따르면 업무 성질에 비춰 수행방법을 노동자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는 노동자 대표와 사용자가 서면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본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넘게 일하더라도 서면합의에 따라 주 52시간을 일한 것으로 간주한다.

노동부는 “두 업무는 노동자가 자신만의 분석 전략·기법을 활용해 자율적으로 업무수행 방법을 결정하는 등 노동자에게 상당한 재량이 보장되고, 근로의 양보다는 질과 성과에 따라 보수 상당 부분이 결정돼 재량근로제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근기법 시행령(31조)은 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이나 인문사회과학 또는 자연과학 분야 연구를 포함한 5개 업무를 재량근로 대상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하는 업무도 재량근로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노동부는 고시를 통해 회계·법률사건·납세·법무·노무관리·특허·감정평가를 재량근로 대상으로 지정했는데, 이번에 2개 업무를 추가했다.

노동부 고시만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는 업무를 정하는 것과 관련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노동부 행정예고 기간에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를 재량근로 업무대상에 추가하는 것에 반대의견을 냈던 사무금융노조는 노동부를 상대로 행정소송 혹은 위헌법률심판 청구를 검토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부가 노조 의견을 무시하고 업계 입장만 듣고 일방적으로 고시를 개정한 것은 노동부에 주어진 재량범위를 넘어선 행위”라고 반발했다.

재계 요구에 따라 관련법이나 시행령 개정 없이 대상업무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그래도 보수야당과 재계가 유연근로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선택적 시간근로제와 재량근로제 확대에 대한 노사 의견을 청취했다.

권기섭 노동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재량근로 대상업무를 지정하는 것은 굉장히 신중한 부분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와 실태조사를 병행해야 한다”며 “요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상업무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재량근로 불명확성 제거” vs “재량근로 확대 안내서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재량간주근로시간제 운영 안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노사가 근기법에 근거해 재량근로를 하려면 서면합의에 △대상업무 △사용자가 업무의 수행 수단 및 시간 배분 등에 관해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아니한다는 내용 △근로시간의 산정은 그 서면합의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 재계는 이에 대해 "대상업무와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시 범위가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그런 가운데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재량근로 활성화 필요성이 제기되자 정부가 세부판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안내서를 발표한 것이다.

노동계는 “재량근로 확대 안내서”라고 반발한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노동부가 명확한 세부 판단기준을 마련했다고 하면서 사실상 재량근로 대상 업무범위와 사용자의 업무지시 가능범위를 대폭 확대시켰다”며 “공짜노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노조 없는 사업장 사용자에게 재량근로 사용 유인을 확대하고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는 예외와 꼼수를 알려 주는 안내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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