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통신대기업의 케이블방송 인수와 관련해 정부가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부가 주최한 사실상 첫 공청회다. 통신대기업은 케이블방송을 인수하더라도 지역성을 구현하고, 피인수 기업과 상생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장밋빛 계획만 있고 이행방안은 없다고 비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주관했다. 토론회에서 이동통신사는 급변하는 방송통신 환경에서 인수합병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인수합병 뒤 발생할 통신대기업의 케이블방송 가입자 빼내기를 어떻게 막고 지역성을 구현할지 구체적 방침를 밝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인수기업 "규모의 경제로 글로벌기업과 경쟁"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각각 CJ헬로와 티브로드를 인수하기 위해 정부 심사를 받고 있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토론회에서 변화하는 세계 방송통신 환경을 부각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확산하면서 넷플릭스·디즈니 플러스 같은 글로벌기업이 국내 방송통신업계를 위협하고 있어 케이블방송을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경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상무)은 "이번 인수합병은 전 세계적인 미디어산업 변화 물결이 우리 미디어 생존과 발전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며 "지역성·상생 등 방송의 공공성 강화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LG유플러스는 방송통신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CJ헬로 지분을 50%+1주 인수하기로 했다"며 "CJ헬로 케이블방송 플랫폼을 별도로 운영하도록 보장해 미디어 다양성·지역성 등 방송의 공적가치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헌 실장은 △케이블방송 발전에 기여 △진정성 있는 지역성 강화 계획 △지역채널 콘텐츠 투자 확대 △지역민 참여 확대 △콘텐츠 산업 상생발전 강화 계획 △협력업체와 상생·고용관계에 상호 도움되는 방향으로 노력을, 강학주 상무는 △CJ헬로 방송서비스 품질보강 기술보강 △지역채널 제도적 조치가 성실히 시행되고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 강화 △지역시청자 제작참여 확대 △CJ헬로 역할 유지·강화를 케이블방송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노동·사회 "시장독식, 방송 다양성 저해"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인수기업의 발전방안에 구체적 이행 방안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김진억 희망연대노조 나눔연대사업국장은 "인수기업이 구체적인 계획 이행방안을 내놓지 않는 한 정부 인수합병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립 서비스'로밖에 볼 수 없다"며 "정말 이행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노조 대화 요구를 거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대인 KCTV제주방송 대표는 "정부가 통신대기업의 편법적인 가입자 전환을 어떻게 막을지, 혹은 IPTV에 어떻게 공적책무를 부여할지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케이블방송 가입자 빼내기 방지나 IPTV의 공적 책무 부여 방안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공 대표는 "현재 중소 유료방송(케이블방송)은 문화적 혜택에서 지역민이 소외되지 않도록 문화행사를 주최하고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지방정부를 견제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현재 지역성을 구현하고 있는 당사자인 중소 유료방송사업자를 보호하는 정책적 수단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인수합병 후) 초기에는 가입자 확보를 위해 통신사들이 현금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얼핏 소비자 혜택이 증가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시장독식은 경쟁 제한으로 이어져 방송 다양성이 저해되고 상업논리에 따른 채널편성·변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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