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교수노조
"모두 다 이야기해요. '(강사법) 왜 하는 거지'라고…. 보이는 부작용이 너무 크니까요. 그래도 교원 지위를 확보했고 이것을 발판 삼아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면 된다고 위안 삼고 있지만 속상하죠. 대학들이 이 정도로 자본 논리를 좇을 줄은 몰랐어요."

박은하 비정규교수노조 대구대분회장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 채용규모를 또다시 축소한 대학에 분개했다. 대구대분회에 따르면 대구대는 2018년 2학기 420명이던 시간강사를 2019년 1학기 200명으로 대폭 축소했다. 올해 2학기에는 채용규모를 103명까지 줄여 버렸다.

대학별 시간강사 채용이 마무리되지 않아 정확한 숫자를 집계하기 어렵지만 비정규교수노조(위원장 김용섭)는 대다수 사립대가 강사 채용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섭 위원장은 "대학이 계속해서 강사수를 줄이면 학문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기 힘들다"며 "강사법을 시간강사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학문정책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립대 대부분 강사 축소 나서"

8월1일 시행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대학 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임용·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며,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학들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추가 재정소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시간강사를 줄여 왔다. 2019년 1학기에 강사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한 배경이다. 그러자 정부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안착 방안으로 "대학재정지원사업과 강사 고용안정 지표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 강사채용 축소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연세대와 고려대 등 일부 대학은 정부가 압박하자 1학점짜리 강의를 대폭 늘렸다. 보여주기식 확대라는 얘기다. 2018년 2학기 대비 강좌수 축소세는 그대로다. 고려대는 지난해 2학기와 비교해 전공과목 강좌 76개를 축소했다. 연세대는 1학기에 강좌를 축소했던 컴퓨터과학전공(29%)·성악전공(29%) 등 전공과목 개설 강좌를 또 줄였다. 교양과목 개편을 명목으로 필수·선택교양 강좌까지 감축했다. 지방사립대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노조에 따르면 영남대는 직전 학기 420여명이던 시간강사가 29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시간강사 사라지면 고등교육 누가 책임지나"

김용섭 위원장은 "10년 안에 정년퇴직을 하는 전임교원이 전국적으로 35.5%"라며 "시간강사들이 3년에서 10년 사이에 대거 대학을 떠나면 고등교육을 책임질 사람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강사가 잘려 나가는 구조조정 상황을 대학원생들이 뻔히 바라보는 상황에서 어떤 대학원생이 공부를 하겠냐"고 되물었다.

강태경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강사법 안착을 위해 강의수 회복과 시간강사직 유지가 우선돼야 한다"며 "대학별로 보면 (강의 줄이기와 시간강사 채용 축소가) 학교 운영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한 고육지책일 수 있겠지만 수업 질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사법과 학령인구 감소·전임교원 은퇴시기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시간강사 고용이 재정부담이라고 말하지만 전임교원 은퇴로 인한 재정 호재도 있기 때문에 시간강사 추가 고용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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