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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늙은 노동자의 절규, 뭐라도 연대의 마음 보태자

답답했다. 다들 퇴근한 금요일 밤늦은 사무실, 글 쓴다고 책상에 붙어 있는데 당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애꿎은 담배만 물고 또 물었다. 페이스북 힐끔대다가 흘러간 옛 노래도 듣다가 했다. 글을 포기할까 싶기도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철탑 위에 올라가 하루하루 꾸역꾸역 견디고 있는 늙은 노동자에게 뭐라도 연대의 마음을 전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이소선 어머니가 살아생전 당부하고 또 당부하셨던 말씀, 악착같이 살아서 싸워야 한다, 는 그 말을 전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전태일재단은 운동의 후방이라는 암묵적 자기규정에 근거해 이런저런 투쟁에 직접 나서지 않았다. 한정된 역량 때문에 결합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몇몇 대책위원회에 재단 이름 올리고 기자회견 참석하고 연대기금 보내는 정도였다. 그랬다가 죽거나 죽어 가는 절박한 투쟁 현장에는 전태일재단 이름으로 무엇이든 좀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 김용희 노동자의 철탑 위 단식농성이 그 경우가 됐다. 그래서 상황을 파악하고 상의도 하고, 이런 경우에는 어찌해야 하는지 과거 투쟁을 복기해 보기도 했는데, 그럴수록 막막함만 쌓였다. 마음이 무거웠다. 머리를 굴려도 답이 안 보였다.

이소선 어머니라면 철탑에 올라가 바싹 마른 몸뚱이를 어루만지며 “아이고, 뼈만 남았네. 많이 힘들지. 고생했다. 이제 내 손 잡아라. 어서 당장 내려가자. 내려가서 밥 많이 먹고 힘내서 동지들과 손잡고 악착같이 싸우자. 노동자가 더는 죽으면 안 된다. 자식 먼저 보낸 전태일 애미의 한 맺힌 소망이다”라며 달래고 호통도 치면서 힘 북돋아 줄 텐데, 어머니는 되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고 없다.

피를 말리는 단식은 두 달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런데도 삼성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죽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태도였다. 국내에서의 노동탄압도 모자라서 노동인권 유린의 세계적 대명사가 돼 버린 삼성의 행태를 수십 년 익히 봐 왔기에 이 사안에 대해서도 짐작 못 한 바는 아니지만, 참 징글징글했다. 거기에다 아베의 덫에 걸린 여론은 일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몇몇 언론이 철탑 농성을 다뤄도 이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투쟁의 힘이 돼야 할 노동·시민·사회의 관심 또한 집중되지 않았다.

상황이 그렇다면 삼성과의 싸움을 길게 잡고, 실제로도 반올림 투쟁과 삼성전자서비스 투쟁 등의 사례를 볼 때도 긴 시간과 끈질긴 노력이 필요했기에 적절한 시점에 단식을 풀고 내려오면 좋으련만, 노조 설립을 시도한 이유만으로 삶과 가정이 송두리째 부서져 한이 맺힐 대로 맺힌 당사자의 단식은 풀릴 기미가 없다. 철탑 위의 날짜는 속절없이 쌓이고 있었다.

답답했고, 글맥이 풀리지 않는 이유였다. 어쨌든 허청허청 글을 마쳤다. 이 글이 실릴 매일노동뉴스에 글을 보내고 퇴근했다. 그러고 하루 지난 토요일 밤 철탑 위 김용희 노동자가 이후 투쟁에 대해 철탑 밑 동지들과 함께 협의하면서 이어 갈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답답함이 조금은 풀렸고, 부랴부랴 글을 수정했다.

이 상황에서 철탑 위 늙은 노동자, 그리고 노동운동이 믿을 것은 연대 아닐까 싶다. 당사자가 적절한 시점에 내려오게 하는 힘도, 삼성이 조금이라도 움찔하게 만드는 힘도, 결국 삼성을 무릎 꿇게 만드는 힘도 결국 연대에 있다. 연대라는 것, 뭐 별것 있나. 한국 재벌의 나쁜 짓의 상징인 삼성과의 투쟁이라는 측면에서든, 늙은 노동자 절규에 같이 아파하는 측은지심 측면에서든, 연대는 관심과 응원과 지원에서 출발한다. 노조와 단체, 노동자와 깨어 있는 시민이 저마다 할 수 있는 작은 연대로부터 출발하면 어떨까.

첫째, 서울지하철 강남역 8번 출구 농성장 앞에서 매일 저녁 7시에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수도권에 있다면 한 번씩 참여하면 어떨까 싶다. 둘째, 각자의 사회관계망네트워크(SNS)로 김용희 노동자의 단식 소식을 전하는 것과 삼성을 비판하고 규탄하는 글을 쓰거나 공유하는 것도 훌륭한 연대의 방법이 될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규탄하고 이재용 구속을 촉구하는 내용을 덧붙인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언론에 고정칼럼을 쓰는 이들은 한 번씩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투쟁기금을 십시일반 모으는 방법이다. 1천원이든 1만원이든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보다 많은 이들이 마음을 보탠다면 콘크리트 장벽 속 삼성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고, 철탑 위 늙은 노동자에게는 따뜻한 용기가 되지 않겠는가. 후원계좌는 ‘하나은행 214-910083-89907 이종란’이다.

끝으로 철탑 위 늙은 노동자에게 대신 전한다. 이소선 어머니의 생전 유언이다. “더 이상 죽지 말고, 살아서 악착같이 싸워라.”

노동운동가 (jshan8964@gmail.com)

한석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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