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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으로부터의 보호, 멈춰서는 안 된다서채완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 서채완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지난 9일 고용보험기금이 5년 뒤 고갈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부 언론사를 통해 보도됐다. 그리고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보도마다 고용보험기금 고갈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코멘트를 덧붙이며 소속 당의 ‘기승전 최저임금’ 입장을 충실히 대변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승전 최저임금’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보도를 기점으로 확산하고 있는 ‘5년 뒤 고용보험기금 고갈’ 관측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다양한 고용보험제도 개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와 같은 관측이 최저임금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고용보험제도 개혁을 중단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용보험제도는 1995년 도입 이래 지속적으로 실업노동자에게 충분한 보호를 제공하지 못하는 제도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고용보험법에서 요구하는 엄격한 수급요건과 적용제한 규정은 정규직 노동자는 물론 비정규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 광범위한 노동자들을 고용안정망의 사각지대로 내몰았다. 또한 실업급여는 그 낮은 소득대체율과 짧은 지급기간으로 실업의 늪에 빠진 노동자들을 보호하기에는 불충분한 급여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와 국회도 고용보험제도의 부족함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대 국회에는 적용대상을 확장하고, 소득대체율을 상향하며, 지급기간을 늘리는 내용의 다양한 개혁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대부분 개혁 법안은 현재 논의가 멈춘 채 통과가 묘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보험기금 고갈 관측은 고용보험제도 개혁을 위축시킬 수 있다.

실업은 단순히 실업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의미만을 가지지 않는다. 실업으로 인해 노동자는 자신이 재직 중이었을 때 보장받고 있던 보험제도에서 배제된다. 나아가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노동자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사회로부터 소외돼 간다. 이처럼 실업은 노동자 개인의 보호와 참여를 배제함으로써 그 노동자의 존엄한 삶을 직접 위협한다. 그리고 사회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실업은 개인 힘으로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실업에 대응하는 국가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되는 것이다. 고용보험기금이 5년 뒤 고갈될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로 고용보험법 개혁이 늦춰진다면 이는 결국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포기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한편 정부는 보도 이튿날인 10일 고용보험기금 고갈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고용보험위원회에서 2017년 12월19일 의결한 고용보험료율 인상(0.3%, 노사 각 0.15%)이 반영된다면 향후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될 우려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또한 모성보호급여 지출에 대한 일반회계 지원을 확대하는 등 다른 재정 안정화 조치도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입장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이 5년 뒤 고갈될 것이라는 관측은 정부의 다양한 노력을 반영하지 않았을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일로 막연한 우려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부의 입장이 고용보험기금 고갈 논란을 종식시키는 데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의 입장이 고용보험료율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고용보험법 5조1항은 국가가 일반회계로 고용보험사업을 지원하는 의무를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고용보험사업 일반회계 지원은 현재 그 규모가 지극히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고용보험료율 인상 여부가 아닌 일반회계 지원을 확대할 정부의 계획에 보다 중점을 둘 필요가 있었다.

막연한 우려 때문에 실업노동자 보호를 멈춰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일반회계 지원 확대를 확정적인 대책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혀 최근 벌어지고 있는 고용보험기금 고갈 논란을 종식키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실업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고용보험제도 개혁을 시대적 과제로서 완수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서채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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