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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 자살>] 평범한 노동자가 과로사하는 현실을 멈춰라
지난해 1월 IT 회사에 다니던 한 웹디자이너가 입사 2년8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회사와 포괄임금 근로계약을 맺었는데 매달 연장근로 69시간(주당 15.9시간)과 밤 10시 이후 야간근로를 29시간으로 정했다. 고인은 2015년 5월부터 사망 직전인 2017년 12월까지 주 12시간 이상 연장근로한 주가 46주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시달리던 고인은 우울증이 악화됐고 휴직 뒤 돌아왔어도 밀린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과로사 직면하고 해결 도모한 일본 경험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은 더 일찍 과로 자살을 포함한 과로사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우리보다 먼저 과로사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을 도모했던 일본 사회의 경험이 담긴 <과로 자살>(사진·한울·2만9천원)이 눈에 들어오는 이유다.

저자 가와히토 히로시는 변호사로 1998년부터 ‘과로사 110번’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과로사 변호단 전국 연락회의 간사를 맡고 있다.

변호사·의사 등 직업병 전문가들이 1988년 ‘과로사 110번’ 상담전화를 개통했다. 당시 전화를 개통한 뒤 과로사 상담문의가 폭주했다고 한다. 1991년에는 과로사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유가족을 중심으로 ‘전국 과로사를 생각하는 가족모임’이 결성됐다.

<과로 자살>에서는 20대부터 50대 노동자 8명의 과로 자살 사례가 소개돼 있다. 24살 화학플랜트 공사 감독자 A씨는 입사 2년차에 38일간 연속근무를 하며 한여름 공사현장에서 일했다. 30대 의료정보 담당자 B씨는 상사에게 “월급도둑”이라고 매도당하는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40대 여행회사 과장 D씨는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재해에 대응하느라 휴일 없이 초과근로와 심야노동을 수십일 이어 갔다. 50대 중간관리자 C씨는 회사에서 좌천당한 뒤 불합리한 대우로 괴로워했다. 결국 이들은 과로와 괴롭힘을 당한 끝에 자살을 선택했다.

평범한 노동자가 피해자, 과로사 해법은

2013년 6월 기준 과로사 110번에 들어온 자살상담은 모두 462건이다. 일본 정부 통계상 2007~2013년 근무문제로 자살한 경우는 연평균 2천500건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노동재해(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건수는 100건 정도에 그친다.

저자는 과로 자살을 명백히 과로사로 규정하고 있다. 과로 자살은 장시간 노동·휴일노동·심야노동·열악한 일터 환경 등 과중한 노동에 따른 육체적 부담과 책임감, 괴롭힘, 인간관계 트러블로 인해 과로 자살에 이르게 된다고 진단한다. 피해자 다수는 이 과정에서 우울증이 발병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다고도 꼬집었다. 문제는 이들 피해자가 평범한 노동자라는 사실이다. 과로와 성과주의, 괴롭힘 등에 노출되면서 누구나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과로사 110번의 과로사 방지운동에 힘입어 일본 정부는 2014년 6월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을 제정했다. 해당 법은 과로사 정의와 정부 책무, 연구·조사, 상담, 활동지원, 협의회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그 뒤 꾸준한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다.

<과로 자살>이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은 남다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2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담아 근로기준법을 개정했지만 노동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 노동자 규모는 상당하다. 게다가 재계는 경제위기라며 추가적인 노동시간 유연화도 요구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시간 노동을 하는 한국의 문제를 위기를 이유로 덮으려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더 빨리, 제대로 과로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일본보다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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