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한-아랍에미리트(UAE) 항공회담을 앞두고 항공노동자들이 "일자리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세계 항공시장을 장악한 중동 항공사가 대한민국 하늘길까지 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28일 한국노총 항공산업연대(의장 최대영 대한항공노조 위원장)에 따르면 8월7일과 8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한-UAE 항공협정을 위한 회담이 열린다. 아랍에미리트측은 회담에서 인천-두바이, 인천-아부다비 노선을 각각 주 7회 증편하자고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아랍에미리트의 에미레이트항공과 에티하드항공은 인천에서 두바이·아부다비로 가는 노선을 각각 주 7회씩 운항하고 있다. 이를 각각 주 14회로 증편해 달라는 것이다. 항공협정의 원칙은 ‘호혜성’이다. 중동에서 주 7회 증편을 요구하면, 한국에서도 같은 횟수의 항공편을 늘려야 한다.

항공노동자들이 반발하는 배경은 중동 항공사들이 증편을 통해 유럽 환승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중동 항공사 탑승객의 70~80%가 유럽으로 가는 환승객이다. 이번 협정 결과에 따라 유럽 수요를 흡수할 경우 국내 항공사들은 타격을 입게 된다. 유럽 직항 노선을 줄이면서 고용불안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대영 의장은 "지난 10년간 자국 정부에서 6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지원금을 받는 중동 항공사들이 국가 로비를 통해 세계 항공시장을 장악해 왔다"며 "미주 동부와 유럽·아시아·호주에서는 중동 항공사가 취항하는 노선을 단항하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120만개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해 기준 국제 여객과 화물수송에서 모두 세계 1위를 기록한 항공사"라며 "중동 항공사들이 증편하면 운임이 줄어 당장은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듯 보이지만 타격을 입은 국적 항공사들이 기존 운항 노선을 정리하거나 신규 노선을 개설하지 못하면 중동 항공사들이 입맛에 맞게 노선을 재편하고 가격을 올리는 수순을 밟아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대항항공노조·아시아나항공열린조종사노조·한국공항노조·진에어노조가 속한 항공산업연대는 29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중동 항공사 국내 항공시장 장악에 따른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항공산업연대는 지난해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진에어 불법등기 임원 재직으로 불거진 진에어 면허취소 논란을 겪은 뒤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들은 "중동 항공사들이 국내 항공시장을 잠식하면 관련 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고 있는 만큼 이런 관점에서 항공회담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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