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노조는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생명·안전업무를 하는 공사 자회사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촉구했다.<제정남 기자>

철도 승객의 생명·안전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자회사 노동자들이 공사 직접고용과 정규직과의 임금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파업을 예고했다. 8월 말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9월 말 파업을 하는 일정이다. 정규직·비정규직이 공동파업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철도노조(위원장 조상수)는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생명·안전업무를 하는 공사 자회사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촉구했다.

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 노사합의
열차승무원 정규직 전환 결정 1년 넘도록 '미이행'


코레일은 차량정비와 고객서비스 업무 등을 코레일로지스·코레일관광개발·코레일네트웍스·코레일테크 같은 자회사에 맡겼다. 역무업무 등 일부업무는 공사·자회사·민간회사가 역사별로 나눠 맡기도 한다. 코레일 정규직이 하고 있는 업무를 위탁한 것이어서 위장도급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공사 노사는 지난해 6월 비정규직 전환 방식과 자회사 노동자 처우개선안을 도출했다. 5천여명에 이르는 용역회사·자회사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규모와 방식을 합의했다. 용역회사에 맡긴 업무 중 선로보수·전기보수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1천400여명을 직접고용하고, 철도 질서유지나 전동차 세척업무를 하는 310명은 자회사로 전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자회사 코레일테크에 맡긴 변전설비 유지·보수 업무도 직접고용 대상으로 정했다. 자회사 직원의 임금은 공사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자회사 노동자 평균임금은 공사 정규직의 40~50% 수준이다. 쟁점이 됐던 열차승무원의 직접고용 여부는 전문가 협의기구 결정을 따르기로 합의했다. 같은해 9월 협의기구는 열차승무원 업무를 생명·안전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고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지난해 6월 합의와 9월 결정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상수 위원장은 "열차승무원·전기원·차량정비원을 직접고용하고 자회사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겠다던 합의사항이 1년이 넘도록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노조는 하반기 투쟁을 통해 합의사항 이행을 실현하고 위장도급 의혹이 있는 자회사 업무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에 국민 생명·안전 맡기다니"

고객의 생명·안전을 담당하는 업무를 외주화해 질 낮은 일자리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도 높았다. 김진규 노조 코레일테크전기지부장은 "경영진은 2명이 해야 할 업무를 효율화 명목으로 1명에게 전가하고, 이로 인해 유발될 모든 책임을 고객이나 노동자 당사자에게 떠넘기며 비용절감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가혹한 노동환경을 만들어 현장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경영을 일삼는 회사에 국민의 생명·안전을 맡겨야 하는 현실은 비정상"이라고 말했다.

KTX 승무원이기도 한 김태희 노조 코레일관광개발 서울지부장은 "철도안전법에는 승무원이 안전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돼 있는데 코레일은 우리가 서비스만 담당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안전업무를 하는 노동자는 원칙적으로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코레일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정규직 임금의 80% 수준으로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고 직접고용하는 문제에 대해 코레일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쟁의행위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다음달 28~3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9월 말 전면파업을 할 예정"이라며 "파업에는 코레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모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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