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년 전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비정규직 41만6천명 중 상시·지속업무 및 국민의 생명·안전과 관계된 업무를 하고 있는 20만5천명을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었다. 2년이 흘렀고 18만5천명이 전환 결정되고, 이 중 15만7천명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런데 간단한 개요와 달리 그 과정에선 크고 작은 도전이 많았으며 지금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남은 기간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정부와 노동조합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짚어 본다.

담대한 실험과 차별적 성과

내가 만난 노동관련 전문가 중 상당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첫 번째 국정일정으로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한 것이 다소 성급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그런 파격이 없었더라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지금보다 훨씬 더 더디거나 후퇴돼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적어도 세 가지 측면에서 이전과 차별적이다. 첫째,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이전처럼 기간제로 국한하지 않고 파견·용역노동자로 확대했다. 이전 정부도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추진했으나 일부 기간제에 국한돼 있었다. 그 결과 2007년부터 2016년 말까지 10년 동안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자는 20만7천명에 머물렀다. 이번에는 전환 대상 기간제를 확대하고 파견·용역노동자를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포함하면서 전환규모를 20만5천명으로 크게 늘렸다.

둘째, 전환 대상인 비정규직 대표가 정규직 전환 논의에 참여한 방식이었다. 특히 용역의 경우 기간제나 파견노동자보다 전환규모가 컸고 전환방법 등 복잡한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용역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경영진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컸다. 비록 노동자대표 참여로 인해 표준임금체계나 자회사 전환을 둘러싼 쟁점이 생기고, 때론 갈등도 나타났지만 임금과 고용안정 등 중요한 의제를 둘러싼 자연스러운 충돌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셋째, 민간위탁에 대한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열었다. 비록 1·2단계 정규직 전환보다 후퇴된 안이지만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콜센터, 전산 유지·보수, 발전 5사 경상정비 등의 사무에 한해 전문가를 포함한 심의를 통해 직접운영을 논의·결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다수 포함된 상수도 검침도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인원을 모두 합치면 5만명에 달한다. 아직 민간위탁의 정규직 전환을 평가하긴 이르지만 견고하던 공공부문 민간위탁에 대해 직접운영의 물꼬를 튼 것만은 사실이다.

디테일과 뒷심 부족으로 인한 혼란

공공부문 정규직 정책이 차별적인 성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두 가지 아픈 부분이 있다. 하나는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이다. 용역회사를 대규모로 활용하던 공공기관일수록 직접고용에 극도의 거부감이 있었고 이는 사용자만이 아니라 일부 정규직 노동조합도 마찬가지였다. 대안으로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화를 허용했지만 자회사의 운영이나 역할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다. 차선책으로 자회사 방식을 추진했더라도 자회사가 이전 용역회사와는 다른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회사이며 고용을 보장하는 괜찮은 회사임을 정부와 공공기관이 보여 줬어야 했다. 아쉽게도 바람직한 자회사 모델이 개발됐으나 각 공공기관에서 활용되지는 못했다. 그 결과 사용자가 자회사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자회사가 고용을 보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보였다. 최근엔 자회사들이 용역회사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부실한 운영이 확인되기도 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자회사들의 운영 실태를 파악해 노동자들의 불안과 의구심을 해소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민간위탁 노동자 정규직화다. 정규직 전환 3단계로 민간위탁에 대한 정규직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개별 기관이 직접고용을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노동자 참여마저 배제돼 있어 사실상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민간위탁의 절반가량은 박물관 등 시설위탁이고 나머지 절반 중 일부는 각종 공공 편의센터로, 공공부문 정규직화 원칙에 해당하는 상시·지속적인 업무이면서 생명·안전에 해당하는 업무는 20~30%다. 문제는 이들 업무의 대부분이 지방정부 관할이란 점이다. 따라서 고용노동부 힘만으로는 정규직화를 강제하기에 한계가 있고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사실 1단계 파견·용역노동자 정규직 전환에서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의 정규직 전환이 저조했기 때문에 자율결정을 강조하기보다 좀 더 책임감을 갖도록 다양한 방법을 마련했어야 했다. 늦었지만 생활폐기물, 콜센터, 전산 유지·보수, 상수도 검침, 발전소 경상정비, 수자원공사의 댐 정비 등의 경우 공공기관은 전문가를 포함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서 논의해야 하는 만큼 이들 기관에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미완성이 아닌 새로운 희망으로

많은 정책들은 추진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이 나타나곤 한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도 마찬가지여서 자회사·민간위탁·처우개선 등 다양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점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이 절반의 성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노동시장의 병폐를 바로잡고 민간부문으로까지 정규직화가 확산하기 위해선 정부와 노동조합의 노력이 중요하다. 우선 정부는 다음의 두 가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첫째, 정규직화 정책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말아야 한다. 정규직 전환 목표를 양적으로 달성했다는 데 자만해서는 안 되며 자회사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보완대책, 민간위탁부문 정규직화 독려, 정규직 전환 이후 노사관계 및 처우개선을 포함한 인사관리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공공부문 정규직화 관련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계와 공식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성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의 노력도 중요하다. 우선 노동조합이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화 방향에 동의한다면 정책 자체에 대한 무용론은 자제해야 한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무용론은 의도와 달리 보수야당이나 일부 언론에 악용돼 정책 추진동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 노동조합이 중요하게 바라보는 각론에 대해서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대안을 제시해 국민과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무조건 자회사 전환은 안 된다거나 처우개선을 반복해서 주장하기보다 자회사의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지, 처우개선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적극 대화에도 나서야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부의 성과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토대를 마련한 것이고, 노동조합의 성과는 공공부문에서의 조직화일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성과는 20만명에 이르는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준 희망이다. 더 이상 일자리를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다. 여전히 비정규직은 많고 서울톨게이트 요금소 위엔 대부분이 여성인 비정규 노동자들이 아직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도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을 의미 있게 매듭짓지 못한다면 이 땅의 비정규 노동자들은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정부와 노동조합이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성과를 내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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