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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노동자를 소모하지 말라이두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충남사무소)
▲ 이두규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충남사무소)

노동현장은 위험으로 가득하다. 프레스 기계는 언제든 노동자 손을 먹어 치울 준비가 돼 있고, 강한 압력의 에어 호스는 언제든 노동자 머리를 강타할 준비가 돼 있다. 모든 산업재해는 참혹하다.

가을에 처음 만났던,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외국인 노동자는 웃는 얼굴이 귀여웠다. 그는 오른손 손가락을 거의 모두 잃었다. 손에 남아 있는 두 개의 손가락 역시 제 기능을 못하니 모두 잃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그의 손을 참혹하게 짓이긴 프레스 기계는 사고가 나기 2주 전 교체된 것이었다고 한다. 교체된 당시에도 이미 새것이 아니었다. 사용자는 그 프레스 기계를 중고로 매입해서 배치했다.

사용자는 프레스 안전장치를 원하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프레스 기계는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라 충분한 방호장치를 갖춰야 한다. 프레스 기계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호장치는 두 손으로 조작해야만 기계가 작동되는 “양수식 방호장치”와 사람의 손이 기계 안에 있으면 작동되지 않는 “광전자식 방호장치”다. 프레스 기계는 대부분 생산될 때 적어도 이 두 가지의 방호장치를 부착한 채로 생산된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작업 속도를 위해 양수식 방호장치와 광전자식 방호장치를 제거해 버린다. 방호장치가 부족하더라도, 존재했다면 적어도 한 손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갓 스무 살이 된 외국인 노동자의 한 손이 완전히 기계에 들어갔다는 것은 그 기계에 어떤 방호장치도 없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사용자는 영세한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비용을 아껴야만 했을 것이다. 그래서 오래된, 방호장치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기계를 구입해 배치했을 것이다. 공장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는 것은 공장과 그 부지의 등기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있었다. 바빴을 것이다. 센서가 달려 있는 기계를 사용할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센서를 달 돈도 없었을 것이고 비싼 새 기계보다는 미심쩍지만 싼 중고 기계를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말 한 푼이라도 아끼고 싶었을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아마 자신의 아들보다 어릴 것이 분명한 내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아직까지도 가부장적인 우리 사회에서 고령의 남성이 자신보다 한참 어린 사람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불합리한 가부장적인 사회 모습 때문에 오히려 감동적인 부분이 있었다. 그는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 좋은 친구임이 분명했다.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을 소모해 댄다

그렇다고 정말 돈을 아껴서는 안 됐다. 사용자는 돈을 아껴서 한 사람의 인생을 짓밟았다. 고국의 가족들에게 차마 오른손을 잃었노라고 말도 못하고 있는 노동자의 인생을 망가뜨렸다. 노동자를 소모해서 돈을 아꼈다. 그렇게 공장을 유지했다.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라는, 나로서는 크게 관심 없는 질문과 별개로 그는 절대 좋은 사용자가 아니었다. 그 기계를 사면서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과연 몰랐을까.

그는 심지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나와 외국인 노동자의 손해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때 외국인 노동자에게 돈을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이 변호사에게 상담했더니 외국인 노동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받았으니 자신에게는 더 이상 책임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음에도 은혜롭게 해고를 하지 않고 있으니 오히려 외국인 노동자에게 감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누군가 특별히 나빠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니다

그 사용자가 특이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노동자들을 소모해서 우리 사회의 경제를 성장시켜 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버스기사들, 우체국 배달부들,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반도체를 만드는 노동자들은 계속 희생돼 왔고 지금도 희생되고 있다. 구의역 김군이 그랬고, 발전소 김용균 노동자가 그랬다.

정말, 정말 우리 사회가, 사용자들이 최선을 다했는가. 노동자들을 소모해서 비용을 아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사용자들에게 우리는 사람을 소모한 죗값을 물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적어도 재해를 입은 노동자들은 충분한 배상과 보상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처벌과 배상, 이 두 가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사용자들에게 노동자들을 함부로 소비하라고 친절히 권유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외국인 노동자는 판례를 고려해 자신의 남은 평생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초라한 돈을 받고 민형사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사용자는 외국인 노동자가 손을 잃은 뒤 프레스 기계들에 방호장치를 설치했다고 한다. 사용자는 처벌받지 않았다.

이두규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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