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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꼼수' 노동시간단축] 시간외근무는 ‘전산등록 착오’라며 반려, 1시간 초과근무에 보상은 ‘1분만’KB국민은행·KEB하나은행의 희한한 주 52시간 상한제 대처법
▲ 금융노조 노동조건감찰단이 최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과 여러 영업점을 불시에 점검했다. 노조는 "사측이 시간외근무를 무조건 하지 못하게 강요하는 것이 조합원들의 업무 차질과 적체를 초래해 결국 금융사고와 민원 발생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 A부서에서 일하는 송아무개씨는 이달 1일 내부 온라인 결제망을 통해 15분의 시간외근무를 신청했다. 관리자는 이를 반려했다. 같은 부서에서 5일간 10건의 시간외근무 신청이 이뤄졌다. 단 한 건도 승인을 받지 못했다. 반려사유는 한결같이 ‘전산등록 착오’였다. 박홍배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사측이 금융권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꼼수 운영하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공짜·그림자 노동이 양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일노동뉴스>가 21일 KB국민은행의 ‘시간외근무 미등록·반려 현황’과 KEB하나은행의 ‘긴급근무 사용 승인률’ 문건을 입수했다. 리딩뱅크를 자처하는 두 시중은행의 주 52시간 상한제 회피 수법이 여실히 드러났다.

"강제적인 출퇴근 통제로 그림자 노동 증가"

KB국민은행 B부서에서 일하는 심아무개씨가 이달 1일 업무용 PC를 켠 시간은 오전 8시5분이었다. 다음날 같은 부서 신아무개씨는 오전 7시39분에 PC를 켰다.

B부서 소속 은행원들이 이달 초 5일 동안 정시출근 시간(오전 9시) 이전에 PC를 켠 것은 9차례였다. 이 중 시간외근무가 인정된 케이스는 없다.

KB국민은행이 7월1일 금융권 주 52시간제 시행 뒤 강제적인 방식으로 출퇴근을 통제하면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이달 5일 KB국민은행 일산연수원에서 열린 ‘2019년 하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하반기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워크 다이어트’와 ‘워크 스마트’를 통해 주 52시간에서 나아가 주 40시간 근무제를 정착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경영진의 이 같은 계획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A부서와 B부서 사례는 회사가 업무량에 대한 고려 없이 기계적으로 하루 8시간 노동을 강제하면서 발생했다. 지부는 “초과노동을 하고도 시간외근로를 신청하지 않거나 숨어서(?) 일하는 조합원까지 생겼다”고 설명했다.

지부 관계자는 “회사가 업무량을 줄이거나 인력을 추가 채용하지 않고 단순히 연장근로를 못하도록 출퇴근 시간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간외근무를 신청하기 어려운 분위기고 신청해도 자꾸 반려되다 보니 조기 출근 후 PC를 켜지 않고 일하거나 퇴근 후 카페나 집에서 일을 하는 조합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A부서와 B부서는 소수 사례이며 대다수 부서와 영업점에서는 시간외근무 등록과 승인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간외근무 긴급사용' 절반 이상 공짜노동

은행이 주 52시간 상한제를 맞아 얼마만큼 추가노동을 시키고 또 이를 감추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수치도 있다. 노조 KEB하나은행지부가 최근 본점 근무자 중 '업무집중층' 49명을 선별해 하루 얼마나 공짜노동이 발생하는지 조사했다. KEB하나은행의 시간외근무는 사전승인과 긴급사용(사후 승인)으로 구분돼 있다. 당일 업무집중층의 긴급사용 시간외근무는 1천247분이었다. 이 중 538분(44%)만 승인이 이뤄졌다.

시간외근무 절반 이상은 보상을 받지 못한 것이다. 시간외근무 긴급사용에 완전 승인이 이뤄진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부분 승인이었다. 그중 ‘1분 승인’이 31%나 됐다.

최지아 지부 홍보국장은 “조합원들이 긴급한 상황을 맞아 한두 시간 초과노동을 해도 관리자가 이를 1분만 승인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증거자료를 추가로 확보해 회사에 법적인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부의 문제제기에 "별도로 해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덕봉 노조 노동조건감찰단 총괄팀장은 “다른 시중은행에도 주 52시간 상한제 편법운영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우선 지부가 자체적으로 해법을 강구하는 중”이라며 “현장점검을 통해 법 위반 사례를 지속적으로 확인한 뒤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우람  against@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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