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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근로제 확대 논의 필요한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6개월 확대로 만족하지 않을 듯하다. 자유한국당이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예견됐던 일이다.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관련 노사정 합의가 있은 지 한 달 만인 3월19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나 선택근로제 확대를 요구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놓고 노사는 여전히 갈등 중이다. 민주노총은 18일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했다. 선택근로제 확대 논의와 관련한 노사 의견을 들었다.

▲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

선택근로제 확대 결과는 밤샘노동과 과로사뿐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장시간 과로국가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2018년 7월부터 3단계에 걸쳐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도입됐다. 노동시간단축의 목적은 명확하다. 노동자에게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고 일자리를 나누기 위함이다.

그런데 지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동시간단축법의 도입 취지를 무시하고 무력화하는 노동시간 유연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노동자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사용자단체의 요구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매우 우려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는 노동자에게 연장노동수당 없이 장시간·밤샘노동을 강제해 건강을 해치고 과로사 위험으로 내몰 수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제도다.

백번 양보해서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보완책이 필요하다면 근기법 부칙에 있는 대로 탄력근로제를 개선하면 될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미 2월19일 주 52시간 상한제의 연착륙을 위한 제도개선 필요성을 인정하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합의했다. 노사합의를 전제로 최대 6개월까지 가능하도록 했고, 노동일간 11시간 이상 연속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했으며, 임금보전 방안도 마련하도록 했다. 따라서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보완책이 필요하다면 국회는 마땅히 ‘2·19 탄력근로제 합의안’을 존중해 입법에 반영하면 될 것이다. 만약 국회가 노사정 합의를 훼손하고 근기법 개악을 강행한다면 사회적 대화를 파탄 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노총은 의미 없는 사회적 대화를 중단하고 근기법 개악 저지를 위한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다.


▲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경직된 근로시간 개인의 선택권 존중해야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근무형태도 다양화되면서 근로시간과 일의 성과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근로시간단축법 시행으로 전체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최소한 근로시간 활용은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일이 많을 때 집중근로를 하고 지금까지는 겪어 보지 못한 집중휴가를 원하는 근로자들도 많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이러한 시대변화에 적합한 제도다. 일정 기간 동안 총근로시간 내에서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경우 근로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

다만 현행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한 달의 짧은 정산기간과 전체근로자 대표 합의라는 엄격한 도입 요건으로 활용이 제한적이다. 현재는 1개월 안에서 업무 집중기와 비집중기를 분배해야 하는데 집중근로가 필요한 시기가 한 달이 넘는 경우 활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또한 일부 부서에만 도입하려고 해도 전체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필요해 근로자 개인에 따라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다.

시대 변화에 맞춰 근로시간제도 역시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고 일본도 이러한 취지에서 올해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했다. 우리도 못할 이유는 없다. 특히 IT나 소프트웨어 개발 등 신산업에서는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도개선이 절실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행 선택적 근로시간의 정산기간을 확대하고 도입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과거에 만들어진 경직된 노동법·제도를 개선해 기업과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

‘하루 8시간 노동’ 기준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시도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노동문제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과 최저임금 제도 개악 시도로 저임금 해소 정책을 파산시켰고, 탄력근로제 개악 시도로 장시간 노동 해소 정책을 망가뜨리려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연근로제 개악까지 더한다는 것은 국가적 문제가 된 장시간 노동 해결을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한 ‘주 최대 52시간 노동’을 아예 폐기하겠다는 말이다. 인류가 근대 천민자본주의의 해악을 경험한 뒤 마련한 ‘하루 8시간 노동’ 기준 자체를 붕괴시키겠다는 어리석은 시도다.

한국은 세계적인 초장시간 노동 국가다. 간신히 주 최대 52시간 노동 강제를 ‘시작’하자마자 노동자 건강과 안전은 무시하고, 오로지 당리당략 놀이에 빠진 정치꾼들이 어떻게든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편법을 만들려는 것이다.

심지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치인들은 민주노총을 배제하고 유연근로제 관련 노사의견을 듣겠다며 18일 오전 10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가 단위만 불러 의견을 들었다. 이해 당사자의 절박한 상황을 듣는 것이 아니라 구미에 맞는 상대를 골라 듣고 싶은 얘기만 듣겠다는 막장 행태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유연 노동시장’과 ‘노동자유계약법’ 따위의 극우적 발상에 솔깃해 정치거래를 시도하는 것은 정치 도의는 둘째 치고 이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 자체를 스스로 말소하는 행위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소모적이고 퇴행적인 노동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제 개악을 포기해야 한다.

▲ 신현호 금융노조 한국수출입은행지부 위원장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은 ‘1개월’로 충분
신현호 금융노조 한국수출입은행지부 위원장

한국수출입은행은 직원의 자율적 근무시간 선택을 통한 직무몰입도 향상, 불필요한 시간외근무 감소 등을 위해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현재 일부 직원들에 한해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중간점검을 해 보니 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통해 업무부담 시기에 따른 근무일정 조정으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준수하고 일·여가 균형 달성, 근무일정 최적화를 통해 시간외근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시범운영 확대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근로패턴을 실험·검토해 직원이 만족하면서도 회사 업무특성에 맞는 효과적인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시범실시 결과 근로기준법에서 허용하는 최대기간인 ‘1개월’이라는 단위 근로시간 정산에 따라 특정일에 과도한 업무집중 현상 역시 나타났다. 그래서 정산기간을 오히려 ‘2주’로 줄이고, 1일 최대 근로시간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사용자단체의 요구대로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현재보다 확대할 경우 과도한 업무집중 현상이 심화할 게 뻔하다. 결국 이는 국민의 건강, 일·여가 균형을 위해 도입된 주 52시간 상한제마저 무력화할 것이다.


▲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근로자대표 제도 개선 없는 유연화 확대는 부적절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 중 그나마 활용률이 높은 것이 선택적 근로시간제다. 기업의 요구는 충분히 있는 것 같다. 근로자의 시간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정산기간이 짧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산기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확대하자는 것은 논리 비약이다. 논의 시점도 적절하지 않다.

우리나라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 문제에서 핵심은 근로자대표 문제다. 1997년 근로자대표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근로자대표와 사용자가 서면합의를 통해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를 도입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근로자대표 제도는 손봐야 할 곳이 많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만 보더라도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어떻게 선출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 근로자대표와 사용자가 체결한 서면합의의 성격과 효력에 대한 다툼이 있는 등 제도적인 한계가 있다.

올해 2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합의 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근로자대표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빼고 근로시간 유연화 요구에만 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대기업이 많이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에서 회사가 노조나 근로자대표와 합의해 시행하고 있다.

정산기간을 확대하면 중소사업장이 타깃이 될 것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사업장에서 근로시간 유연화를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기재를 갖추고 있는지 궁금하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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