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모습 <정기훈 기자>

말 많고 탈 많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가 7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시행에 따른 기업 어려움을 해소하자며 시작했던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가 선택적 근로시간제·재량근로제로 번지더니 여야 정쟁 속에 6월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명분은 본회의 일정 합의 불발이지만 속내는 정부·여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요구한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에 불수용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는 여야의 ‘단위기간 확대’라는 가이드라인 안에서 전개되며 노사·노정·여야 심지어 노노 갈등으로 확산했다. 올해 시작과 함께 계속된 국회 파행으로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켰다. 그사이 지난해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에 이어 올해 300인 이상 특례 제외 업종에 주 52시간제가 도입·정착되고 있다. 앞으로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기업 어려움 해소’라는 이유로 시작된 탄력근로제 확대 요구가 얼마나 명분을 가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임이자 의원 “정경두 해임건의안 상정 본회의부터”
한정애 의원 “법안 논의해 놓고 왜 처리 안 하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를 열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자유한국당이 북한 목선 입항사건 관련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상정·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담보돼야 한다며 법안 의결을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소위 위원장인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본회의 일정이 잡히면 바로 회의를 열자”며 회의를 산회했다. 그는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회가 머리를 모아 지혜를 짜내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18~19일 이틀간 본회의를 열자고 해 놓고 (정경두 장관 해임건 때문에) 안 받아 주고 있다”며 “의사일정 합의가 되면 바로 (소위를) 열겠다”고 말했다.

한정애·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회의 일정과 별도로 소위를 열어 노동법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정애 의원은 “(여당이) 본회의를 보이콧하는 게 아니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하자는 것”이라며 “논의한 법안은 처리해야 한다. 논의해 놓고 왜 (의결을) 안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신창현 의원은 “본회의 개최는 양당 원내대표 간 결정사항이지만 상임위는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며 “소위에서 법안을 논의하고 본회의 일정이 결정되면 그때 의결하면 되는 것 아니냐, 왜 본회의를 핑계로 소위에서 일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임이자 의원은 “본회의를 이틀 하자는데 왜 안 열어 주느냐”며 “추경이 급하고, 민생이 급하다면 (본회의 일정 문제부터) 풀어야 하지 않느냐, 여당에서 본회의를 열어 주면 따로 나와 (소위를) 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소위가 파행됨에 따라 이날 오후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에서는 15일 소위에서 통과된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안과 공인노무사법 개정안만 의결했다.

정부·여당 ‘단위기간 6개월 확대’ 고수
김학용 환노위원장 “계속 논의해 달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15일 열린 고용노동소위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함께 선택적 근로시간제·재량근로제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현행 1개월)을 최대 1년, 바른미래당은 3개월로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여당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도출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합의안(3개월→6개월)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정부는 노사가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 외에 더 이상의 유연근무제 확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환노위 야당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6개월 확대만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협상은 불가하다”며 “7월 임시국회가 열려 다시 논의하더라도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환노위 야당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경사노위 합의안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은 추가 협상안을 무조건 따내야 한다”며 “선택적 근로시간제건 재량근로건 추가 안 없이 단위기간 6개월 확대에 합의하는 것은 여당의 성과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학용 환노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오늘 여야 합의가 안 돼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며 “이어서 임시국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의원님들은 옥동자를 탄생시킨다는 마음으로 계속 논의를 해서 국민에게 좋은 결과를 내놨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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