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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를 제기합니다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

최저임금법(4조)은 최저임금을 정함에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지난주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2.87% 인상률은 법률에서 정한 ‘4가지 등’ 요건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해 무효다. 헌법과 최저임금이 목적한 ‘노동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 보장’이라는,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최소한의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대참사’라고 한다. 도저히 살아가기 어려운 돈인데, 그것도 어떤 근거로 산정했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지경이다. 참고로 내년 최저임금 월 환산액은 179만5천310원으로 올해 174만5천150원에서 약 5만원 인상될 예정이다. 179만원은 수치상으로도 노동자에게 필요한 최소한 생계비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한국노총은 2019년 생계비를 ‘단신 남성 230여만원, 4인 가족은 700여만원’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서울에서 179만원으로 살아가기’란 최저임금위원 당사자에게도 쉽지 않으리라.

최저임금 노동자가 하는 일과 ‘유사한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과연 얼마인가. 아마도 179만원의 몇 배에 이르는 이들이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최저임금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의 핵심이 ‘같은 일을 함에도 노동조건에서의 차별’ 문제가 아니던가. 최저임금위원회가 유사한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위 돈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노동현장에 쏟아부은 노동가치, 즉 노동생산성에 부응하는 임금을 보장하고자 했다면 절대 179만원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노동이 어찌 179만원짜리에 불과하단 말인가.

무엇보다 179만원을 그대로 시행한다면 노동자들의 노동소득 양극화에 기름을 부을 것이 명백하다. 법에서 요구하는 소득분배율 개선이 아니라 정반대로 크게 악화시킬 것이다. 최저임금제도를 통해 노동자들의 임금소득 간 불평등을 조정해야 한다. 자본소득에 대한 본격적인 통제는 어렵더라도 노동소득 간 격차만큼은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 사회 계속성을 담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는 데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울 보면 반대방향으로 질주하는 듯하다. 그 누구에게 2.87%(240원)는 상당한 돈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월 1천만원 임금노동자라면(경기도의회가 통과시킨 ‘최저임금 7배 상한’ 살찐 고양이 조례를 감안하면 이보다 더 많은 경우와 비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월 28만7천원 증가한다. 그리고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 노동자와 1천만원 급여 노동자, 양자 간 임금격차가 9천900여만원(1억2천만원-2천94만원)에서 1억200여만원(1억2천350만원-2천15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소득분배 개선'은 온데간데없다. 1천만원 급여 노동자에게는 작은 돈일 수 있어도, 연간으로 따지면 무려 350여만원으로 최저임금 노동자 연봉(2천150만원)의 17%에 해당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큰 돈이다.

대통령이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지킬 수 없게 돼 죄송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귀를 의심했다. 안타까운 것은 참모들이 앞장서 ‘근로장려세제(EITC) 등의 보조정책’을 꺼내며 공약파기를 아예 기정사실한다는 점이다. 언론은 이때다 하며 아예 대못을 박았다. 과연 끝인가? 그런가? 아니다. 바꿀 시간과 기회는 여전하다. 최저임금정책에 있어 벌써 두 차례 큰 과오가 있었다. 그때도 노동자들은 정부를 향해 같은 지적을 했다. "생각을 바꾸라"고. 잘못된 길이라면 아무리 멀리 갔어도 되돌아오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게 동서고금의 진리가 아닌가.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더구나 법을 넘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해서라도 고용노동부와 최저임금위는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 이의를 받아들이고 재심의를 해야 한다. 독립적인 기구 활동은 존중하되, 이번 결정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정부와 대통령이 최저임금위 결정의 문제점을 짚어야 한다. 만약 이대로 굳어진다면 앞으로 우리나라 노동현장 역사에는 더 이상 ‘노동자들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이 성장의 원동력’아라는 말을 꺼낼 수 없게 된다. 그 어느 지도자가 나서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부터 지켜 줘야 한다는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머지않은 훗날 "그날의 결정이 우리 세상을 더 험악하게 만든 변곡점이었다"는 역사가의 평가는 제발 없었으면 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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