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민 변호사(법무법인 오월)

대상판결 :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5다69846 판결


1. 사건의 개요

가. 원고들은 경기도 평택시 소재 버스회사 소속 운전직 노동자들이다. 피고 회사는 기본급만을 기준으로 법정수당을 지급했고, 원고들은 기본급 외에 근속수당·승무수당·근무급수당·하계휴가비·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포함해 법정수당 및 퇴직금 차액을 청구했다. 전형적인 통상임금 청구사건이다.

나. 피고 회사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각 수당의 경우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고, 나아가 원고들의 청구는 노사합의에 반하고 만성적인 적자상태에 있는 피고 회사에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안겨 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2. 1심 및 항소심 법원의 판단

가. 1심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14. 6. 18. 선고 2012가합3458 판결

하계휴가비를 제외한 나머지 근속수당·승무수당·근무급수당·상여금은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돼 온 임금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피고 회사의 신의칙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상여금과 나머지 수당의 구분 없이 전체 청구에 대해 “2009년께부터 현재까지 매년 1억6천만원 내지 4억8천만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사실”만을 가지고는 피고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봐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다.

나. 2심 : 서울고등법원 2015. 10. 30. 선고 2014나32955 판결

항소심도 각종 수당의 통상임금 해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1심과 동일한 판단을 했다. 그러나 1심과 달리 신의칙 위반 항변에 대해서는 “① 임금협정 체결 사실과 노동자들의 이의 제기 여부 ② 통상임금 재산정시 임금협정에서 정한 통상임금보다 약 21.9% 상승하는 점 ③ 임금인상률이 당초 예상했던 8.7%보다 2.17배 높은 18.9%인 점 ④ 회사의 당기순이익 대비 추가부담 비율이 큰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해 회사에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봐 원고들의 청구는 신의칙에 반한다면서 전부 기각 판결을 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정기상여금에 해당하는 청구 부분과 근속수당·승무수당·근무급수당에 해당하는 청구 부분을 구별해 신의칙 위반 여부를 판단했다.

즉 “노사합의에서 일정한 대상기간에 제공되는 근로에 대응해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 기간마다 지급되는 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근로자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춰 신의에 현저히 반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 대부분 기업에서 정기상여금과 마찬가지로 특정 수당이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에서 임금협상시 노사가 특정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는 실무가 장기간 계속돼 왔고, 이러한 노사합의가 일반화돼 이미 관행으로 정착된 경우가 아니라면 단순히 개별 기업 노사가 정기상여금이 아닌 특정 수당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한 후 이를 전제로 임금 수준을 정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근로자측의 특정 수당을 통상임금에 가산해 추가 법정수당 및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비춰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거나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해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없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원심이 정기상여금 외에 근속수당 등까지 포함해 산정한 시간급 통상임금을 기초로 계산한 원고들의 추가 법정수당과 퇴직금 청구 전부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데에는 신의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봐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4. 대상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은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하면서 정기상여금에 해당하는 청구 부분과 정기상여금이 아닌 나머지 수당들에 대한 청구 부분을 구분해 신의칙 항변을 판단했고, 결과적으로 통상임금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이 아닌 나머지 수당들에 대한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신의칙 법리 적용을 제한하고 있다.

신의칙 법리를 확대 적용하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이라는 입법취지는 무력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2다89399 판결 등)에서 신의칙 법리가 적용된 이후 사용자측은 정기상여금 외의 나머지 수당들까지 포함해 신의칙 위배를 주장했고, 통상임금에 대한 논의를 넘어 강행규정성이 인정되는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 위반의 영역까지도 신의칙 항변을 주장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적용 논의는 정기상여금에 한정된 것1)이고, “특별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


<각주>
1) 대법원 2013. 12. 18.자 전원합의체 판결 보도자료(통상임금 소송사건) 중 4쪽 “정기상여금에 한정된 문제임(그 밖의 임금은 신의칙 적용 여지 없음)” 부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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