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한국 정치에 남긴 과제는 무엇일까. 노동결사와 민주주의가 확장된 새로운 시장과 원내에서 노동을 대표하는 정치질서를 세우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고 노회찬 의원 1주기를 맞아 노회찬재단과 여야 5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여의도연구원·바른미래연구원·민주평화연구원·정의정책연구소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1소회의실에서 ‘노회찬과 한국 정치, 현실 진단과 미래 비전’을 주제로 한 추모학술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노회찬이 꿈꾼 ‘다른 시장’은 가능한가”

이날 주제발표를 한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노 의원은 노동운동에서 출발해서 진보정당을 만들어 유지하고 보수하고 남겨 놓고 간 사람”이라며 “그가 25년이란 긴 세월 동안 진보정치를 붙들었던 이유는 좀 더 나은 노동을 실천하기 위한 그릇으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가 시장을 규율하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삼성그룹과 관련된 사건을 예로 들었다. '삼성 X파일' 사건을 비롯해 경영권 불법승계를 둘러싼 박근혜·최순실·이재용 뇌물거래 사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있었던 회계사기 사건,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 사건, 프랑스 법원으로 간 삼성 중국공장 아동노동, 산재 사건이다.

서 교수는 “노회찬이 꿈꾼 다른 시장은 가능한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재벌지배 시장질서를 어떻게 민주주의 방식으로 규율할지, 5인 미만 영세 사업장·특수고용 노동자 결사권을 어떻게 보장할지 등을 기준으로 21대 국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할 시장모델은 삼성이 제거된 시장이 아니라 삼성이 민주적 질서에 적응하는 시장일 것”이라며 “이것이 가능하려면 시장에서 노동결사가 확장되고 정당이 원내에서 노동을 대표할 수 있는 정치질서를 뿌리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노회찬 평가 필요”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정치학)는 발제에서 “17대 총선 날인 2004년 4월15일 5·16 군사쿠데타 이후 사라졌던 한국의 원내진보정당이 43년 만에 부활했다”며 “그때 비례대표 마지막 한 석을 놓고 노 의원이 결국 김종필을 극적으로 꺾었다”고 회상했다. 손 교수는 “노회찬에 대한 평가는 이런 인상주의적인 묘사를 넘어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잘 알려져 있는 2004년 이후 행적만이 아니라 그 이전 노동운동과 진보정치 행적을 포함해 총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 교수는 이어 “진정한 추모는 그에 대한 신앙고백이나 우상화가 아니다”며 “그의 한계까지 드러냄으로써 계승해야 하는 그의 정신을 실현하고 나아가 그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 의원 평가에서 인기 있는 대중적 진보정치인이란 측면만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비주류 중 비주류’의 고독과 고뇌라는 맥락에서 이해하고 평가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조승수 노회찬재단 사무총장이 사회를 맡았고,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 박주민(더불어민주당)·여영국(정의당) 의원,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참석해 축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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