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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적 인사노무 괴롭힘 금지해야" vs "저성과자 절차 취업규칙에 담자"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부터 맞붙은 노사
▲ 직장갑질119 스태프들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인 16일 낮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법 시행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공기업 수습사원으로 입사한 A씨는 근로계약서에 명시한 출근시간보다 30분 먼저 나오라는 선임자의 요구를 거부했다. 선임자는 A씨에게 폭언을 했다. A씨는 본채용을 앞두고 업무수행 관련 항목에서 평균 이상 점수를 받았지만 '협력과 신뢰관계'에서 하위평가를 받았다. 재평가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A씨는 본채용을 거절당했다.

국내 굴지의 반도체회사에서 일하는 B씨는 상급자 면담에서 희망퇴직을 종용받았다. 희망퇴직을 거부했더니 연말 종합인사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회사는 B씨를 비롯한 일명 '저성과자'에게 2개월간 업무 내용과 무관한 성과향상 교육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B씨는 명상과 인생2막, 동물원 방문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A씨와 B씨는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로 구제받을 수 있을까.

모호한 법 규정 직장내 괴롭힘 정의부터 논란
양대 노총, 직장내 괴롭힘 금지 대응방안 안내


16일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양대 노총은 이날 소속 사업장에 배포했다. 한국노총은 카드뉴스와 포스터를 제작했다. 민주노총은 '직장내 괴롭힘 금지 대응지침'과 '일터 괴롭힘 금지를 위한 모범 단체협약'을 만들었다. 애매한 법 규정 탓에 직장내 괴롭힘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총은 직장내 괴롭힘 금지 쟁점을 분석한 자료를 내고 대응방안 세미나를 하느라 분주하다.

개정 근기법은 직장내 괴롭힘을 법적으로 규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 하지만 가해자 처벌 규정이 없다. 사용자에게 가해자 징계 등의 책임을 부과한다. 조사·처벌 권한을 가진 사용자가 괴롭힘의 주체라면 법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 저성과자에 대한 회사 차원의 괴롭힘 문제다. 경총은 최근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주요 내용과 쟁점 분석' 자료에서 "저성과자 성과향상 촉진 조치와 괴롭힘을 구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업무수행 성과가 미흡한 노동자에게 성과향상 독려나 관련 교육프로그램 이수를 요구하고, 반복적으로 재작업을 지시하는 것을 직장내 괴롭힘 행위라고 주장하는 사례가 많다"고 보고 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 취업규칙
저성과자 성과향상 촉진 인사제도와 충돌한다면?


이준희 경총 노동경제연구원 수석위원은 "저성과자 성과향상 촉진 조치에 대해 당사자가 직장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할 경우 마땅한 대응방안이 없다"며 "체계적인 성과평가 절차나 성과 미달자에 대한 교육, 성과향상 촉진 절차를 취업규칙으로 성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총은 고용노동부 매뉴얼에 이런 내용이 없다며 '저성과자 성과향상 조치와 직장내 괴롭힘을 구별하는 판단요소'를 만들어 배포했다.

반면 노동계는 경영전략이나 인격권을 간과한 과도한 인사노무관리 형태로 이뤄지는 직장내 괴롭힘을 경계한다.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노동부가 직장내 괴롭힘 금지 내용을 담은 취업규칙뿐만 아니라 기존의 가학적 노무관리가 유발될 수 있는 인사평가나 인사제도까지 심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가 저성과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는 ‘공정인사 지침’을 폐기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자에 과도한 성과를 강요하고, 고용이나 인사평가 등을 내세워 회사 차원에서 괴롭히는 행위가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노동계는 "노동자에게 업무·책임 범위를 넘어선 요구를 하고 소정노동시간 외 업무지시를 하거나 업무 관련성이 없는 회사 일에 참여를 강제하는 회사 차원의 조직적 괴롭힘 행위 대부분이 인사규정 또는 교육훈련에 관한 규범, 취업규칙 같은 외피를 띠고 있다"며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행정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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