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환 위원장과 민주노총 소속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파기 선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한마디로 답정회(답이 정해진 회의)였다."

15일 최저임금위원회 민주노총 추천 노동자위원(9명 중 4명) 전원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2.87%)에 반발해 사퇴하면서 남긴 말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도 취지에 맞지 않게 최저임금 심의기간 내내 저임금 노동자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 중소 상공인들의 어려움과 국가경제 위기라는 주장만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자 생계비·유사근로자 임금·노동생산성·소득분배율 같은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민주노총은 "공익위원들이 정부 아바타 역할을 했다"며 사실상 사용자편을 든 공익위원 9명의 전원사퇴를 촉구했다.

"중소상인·국가경제 얘기만 했다"
저임금 노동자 목소리 반영 안 해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최저임금위 운영에 대한 항의를 담아 (노동자위원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에 참여하고 있는 9명의 노동자위원 중 민주노총 몫은 백석근 사무총장·이주호 정책실장·전수찬 마트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등 4명이다.

백석근 사무총장은 한 달여간 진행된 최저임금 심의기간은 물론이고 마지막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이 보인 태도를 비판했다. 백 사무총장은 "결론적으로 답정회라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었고, 공익위원들이 초지일관 정부의 아바타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한 채 소상공인과 중소·영세 사업장 얘기만 했다"며 "스스로 중재 역할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주호 정책실장은 "한 달간 회의를 하며 내가 최저임금위 위원인지, 자영업대책위원회 위원인지, 국가경제대책위원회 위원인지 모를 정도였다"며 "(최저임금위가) 550만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자영업자와 국가경제 어려움만 들었다"고 전했다.

이 실장에 따르면 노동자위원 내부와 노사 간 협의시간이 필요해 최종 결정을 14일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운영위원회가 수용했음에도 최저임금위는 12일 새벽 표결을 강행했다.

표결 후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 인상률 2.87% 수치에 대해 "어떤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거나 "사용자측에 (근거를) 물어보라"고 답하는 등 근거를 밝히지 못했다. 공익위원들이 '정치적 선택'을 했다는 방증이다.

"공약 파기, 대통령 사과로 끝낼 일 아니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사회적 합의를 파기하고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포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영향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인상률"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이 속도조절이 아니라 급브레이크를 걸면서 후진하기 시작했다"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환경과 고용 상황, 시장 수용성을 들어 공약 파기를 선언했다"며 "미안하다며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단순한 공약이 아닌 사회적 합의 파기"라고 강조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최소한 청년·여성·비정규 노동자들의 상실감·박탈감은 없애 주겠다며 공약한 게 최저임금 1만원이었는데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며 "민주노총은 무능하고 안이한 집권세력의 정책과 노동관에 맞서 총파업 투쟁으로 노동기본권을 지켜 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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