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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안보 사건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미국이 이란 앞바다를 항행하는 민간선박 보호를 명분으로 동맹국들과 군 연합체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이 연합체 결성에 일본이 협력해 줄 것을 타진했다고 한다.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 9일 “우리는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할 연합체를 구성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나라와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구상하는 이 연합체는 미국 함선이 현지에서 경계활동을 하고, 연합체에 참가하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 함선과 자국 민간선박을 호위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지난 6월13일 노르웨이·일본 대형 유조선 두 척이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되는 등 이 지역에 전쟁정세가 조성되자 미국이 이 해협을 이용하는 다른 동맹국들에게 책임을 분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최근 독일에 이어 일본까지 유엔사에 참여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가 11일 발간한 ‘주한 미군 2019 다이제스트’는 “유엔사는 위기시 필요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적시함으로써 일본의 참여를 처음으로 명시했다. 미국은 최근 독일에 유엔사 연락장교 파견을 요청했다가 한국 정부의 항의를 받고 철회한 바 있다. 미국은 1978년 유엔사가 전시작전권을 한미연합사령부에 넘겨준 뒤에도 존속시켜 왔는데, 이는 유사시 한국전 참전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을 한반도 대결전에 끌어들일 의도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도를 입증하듯 유엔사는 독일과 일본의 참여를 추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주한미군사령부 장성이 겸임해 온 부사령관 자리에 캐나다 인사에 이어 호주군 장성을 임명했다. 이렇게 유엔사가 미국만의 유엔사가 아니라 국제화되고, 나아가 17개국이 모여 있는 유엔사에 독일과 일본이 참여한다면 유엔사는 직접적으로 여러 백인 제국주의 나라들을 한반도 전쟁에 동참시키는 유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이 두 사건은 같은날 같은 신문에 보도됐다. 그러나 언론은 이 두 사건이 어떻게 서로 연관돼 있는지 설명하지는 않았다. 거창하게 변증법적 유물론 철학을 원용하지 않더라도 이 두 사건은 결코 각기 고립적으로 발생·전개되고 있지 않다. 단지 사건이 전개되는 지역이 중동이냐 극동이냐 하는 데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동과 극동 두 곳에서 동시에 전쟁을 일으킬 경우 승산이 있는지 여부를 저울질해 왔다.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의 ‘두 개의 전쟁’ 전략을 폐기하고 한 곳에서 승리하고 나서 다른 곳을 공략한다는 원 플러스(One-plus) 전략을 취했다.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북한이 핵 무력을 완성했는데, 이런 상태에서 ‘두 개의 전쟁’ 전략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는 지금 중동지역에서 이란과 전쟁을 벌이는 것이 선차적 과제가 되고 있다. 이란을 축으로 하는 반서구 세력이 시리아전쟁에서 사실상 승리하고 예멘에서 득세함으로써,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고립시키는 안보지형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란에 대한 공공연한 공격 위협과 북한에 대한 놀라운 평화공세는 겉보기에는 완전히 딴판이지만 내적으로는 완전히 하나로 연결된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지금 이라크나 리비아 침략 때처럼, 또는 시리아전쟁 때처럼 이란이건 북한이건 어느 한 나라와 전쟁하는 모양새를 만들 수 없다. 정세변화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재임 당시 “우리는 테러리스트들에 맞서는 캠페인을 계속할 것이지만, 테러리즘이 아니라 강대국 간 경쟁이 미국 국가안보의 최우선 초점”이라고 했던 정세가 현재 진행 중이다. 지금 세계는 낡은 미국 유일패권 질서가 해체되고 새로운 다극 세계질서가 태동하는 과도기이고, 이 과정에서 기존 패권세력과 신흥 도전세력 사이의 블록 간 대결이 조성되고 있다. 신냉전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것인데, 이런 블록 간 대결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어느 한 나라와의 ‘테러와의 전쟁’은 국지전으로 규정되지 않고 쉽게 블록 간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여차하면 세계적 범위의 전쟁 즉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조성된 정세하에서 이란과의 전쟁은 3차 세계대전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이런 맥락 속에서만 앞에서 열거한 두 사건은 합리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을 준비하면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에 대비하고, 나아가서 세계적 범위에서 패권쟁탈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맥락 속에서만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일어난 일련의 외교·안보적 이변들도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진핑은 왜 갑자기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던 중에 북한 방문을 결정했는가. 그 직전에 있었던 홍콩의 반중시위 사태를 통해 미국이 중국에 대해 포위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방북은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 시선을 홍콩에서 한반도쪽으로 돌리면서 동시에 북한을 확실하게 자신의 동맹국으로 견인함으로써 홍콩·대만·남한·북한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포위망에 파열구를 내기 위해서였다.

트럼프의 갑작스런 세 번째 판문점 북미정상회담은 왜 일어났는가. 시진핑의 중국이 북한을 동맹국으로 견인했기 때문이다. 부분적으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반 서구 제국주의 블록에서 북한을 떼어 놓기 위해서다. 이란과의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그 블록에 가담하지 않고 이란에 핵·미사일 기술을 전수하지 않는 것이 절실했을 것이다. ‘핵 동결을 조건으로 체제보장’ 운운하는 얘기는 이란에 핵을 확산하지 않는 조건으로 북한 체제를 인정하겠다는 의향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는 지금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서구 제국주의 세력과 이란과의 전쟁, 그것과 연동된 세계 자본주의 패권쟁탈 전쟁을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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