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군 변호사(법무법인 민국)

지난 10일 민변 노동위원회와 사단법인 생명평화아시아 등의 주최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한국학)가 ‘지구화 이주, 그리고 역사’를 주제로 특강했다. 특강에서 박노자 교수는 세계적인 난민 발생의 흐름과 그 사회적 영향을 설명하며, 우리 사회에서 발흥하고 있는 타자에 대한 혐오를 예멘 난민과 이슬람·중국인들 사례로 강연했다.

박 교수는 난민들은 세계체제의 핵심부에 도달하지 못하고 세계의 주변부에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핵심부에 도달하는 얼마 안 되는 난민의 경우에도 몇몇 선진국의 인도적인 조치라는 자기포장과 달리 저임금 서비스 노동력으로 이용돼 경제적인 측면에서 사회의 성장동력이 되며, 정치적으로 극우세력을 결속시키는 적대적 타자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저임금 서비스 노동력의 핵심은 조선족이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대한민국에 입국한 동포들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되면서도 또한 대중적인 혐오의 중심이 되고 있다.

한때 매체에서 등장하는 폭력배나 하층민들이 항상 전라도 사투리를 쓰며 연기하던 때가 있었다. 전라도민은 빨갱이들이며 전라도에서는 롯데껌을 팔지 않고 경상도 번호판을 단 차에는 기름을 넣어 주지 않는다는 말들이 진실처럼 이야기됐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괴담의 주인공은 조선족으로 바뀌었다. 대중매체의 영상들 속에서 조선족은 인육을 먹고 장기매매를 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일베 같은 혐오 배출을 위한 공간이 아닌, 관습적으로 차별적인 언어 사용이나 행동을 피하는 정치적 정당성(PC·Political Correctness)이 작동하는 인터넷 공간에서조차 조선족에 대한 혐오표현은 멈추지 않는다. 나름 진보적인 커뮤니티들에서조차 댓글알바 주역으로 조선족을 낙인찍어 혐오하고 있다.

단일민족이라는 신화 속에서 인종차별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최근의 조선족 혐오와 대중적인 수용은 우리 사회가 가진 타자에 대한 저급한 인식을 보여 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없으므로 최저임금 적용에 차별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의 주장은 경제적으로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해 그 옳지 않음은 차치하고라도, 헌법과 노동법 취지를 인식하고 있어야 할 법조인이자 공당의 대표가 직접적으로 차별을 요구하는 주장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최근 기독교계는 동성애를 두고 격렬한 반대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 교회의 부목사는 교회가 동성애 반대운동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하신 사랑의 사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설교를 했으나 논란이 일었고 설교를 잠정적으로 그만두는 일이 벌어졌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 또한 기본권으로 보호해야 함을 당연히 배우고 알고 있을 법조인 출신 정치인이 차별에 앞장서고, 혐오에 앞장서서 반대해야 할 기독교가 혐오에 앞장서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박노자 교수의 강연처럼 타자에 대한 혐오는 극우 정치세력의 젖줄이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이러한 혐오 부추기기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우리 안의 차별과 혐오가 대상만 바꿔 살아 숨 쉬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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