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산하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건강보험 보장률 확대·청년일자리 창출 같은 사회공공성 의제를 내걸고 하반기 대규모 파업을 한다. 9월 말 10만명이 모여 파업 선포대회를 하고 10월 중·하순 전면파업을 할 계획이다. 사업장 단위 요구보다 사회적 의제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공공운수노조 9월 말 집회, 10월 전면파업
"직무성과급 저지·임금피크제 폐지·인력충원"


14일 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에 따르면 노조는 9월28일 공공기관 노동자 파업 선포대회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다. 10월 중·하순에는 전면파업을 한다. 6월 말 기준 노조 조합원은 22만6천명이다. 이 중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조합원이 10만5천명이다. 공기업 9곳, 준정부기관 22곳, 기타공공기관 109곳, 지방공공기관 29곳에 속해 있다.

쟁점은 직무성과급 저지·임금피크제 폐지·인력충원 세 가지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에 직무급제를 도입하기 위한 임금체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5월부터 공공기관 임금체계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노동연구원에 공공기관 임금공시제도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지금까지는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임원연봉·직원 평균보수 같은 대략적인 임금정보만 공시했지만 앞으로 직무별로 임금을 공시하기 위해서다. 직무별 임금 공시를 위해 각 기관은 직무분석을 선행해야 한다. 임금공시제 개선방안 추진과 직무급 도입이 한 몸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기획재정부는 직무급을 도입한 공공기관에 경영상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노조가 직무급을 반대하는 이유는 지난 1일부터 직무급을 도입한 한국석유관리원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석유관리원은 직무와 역할 수준에 따라 4단계 역할 등급을 나눠 급여를 차등하는 직무급을 도입했다. 개인별 성과와 업무난이도, 책임 정도에 따라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지급률을 차등한다. 노동자가 임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무·역할 수준과 관련된 단계를 올리거나, 업무 성과를 내야만 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고과차등형 범위 직무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윤정일 공공기관사업본부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급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실현과는 거리가 멀고 성과주의를 공공부문에 이식하려는 것"이라며 "박근혜 정권이 추진했던 성과연봉제와 그 내용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가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노조는 정부에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임금체계를 찾아보자고 논의·교섭을 요구할 방침이다.

공공기관 노동자 임금 절약재원을 신규채용에 활용하겠다며 박근혜 정부가 2015년 공공기관·공기업 등에 도입한 임금피크제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정부 지침에 따라 다수 공공기관이 퇴직 1~2년 전부터 임금을 삭감했다. 절감한 재원으로 충원한 신규인력은 정규 정원이 아닌 별도 정원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들 인건비를 임금피크제를 통한 절감재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최근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가 줄어들면서 신규인력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이 없는 제도라는 점에서 정부도 개선책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지방공기업평가원이 임금피크제 실태조사와 개선안 연구용역을 하고 있다. 9월께 결과가 나온다. 노조는 정부가 일률적으로 추진한 임금피크제를 철회하고 생애임금 감소 부작용과 인력충원을 고려한 임금체계를 개별기관 노사가 논의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건강보험 보장률 확대·국민연금 강화 요구 주목

사회보장제도를 집행하거나 국민 생활에 밀접한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 노조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건강통계 2018'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의료비 중 가계직접부담 비중은 33.3%다. 달리 얘기하면 건강보험 보장률이 66.7%라는 의미다. OECD 국가의 평균 가계직접부담 비중은 20.3%다. 문재인 정부는 가계직접부담 비중을 20%(건강보험 보장률 80%)로 낮추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정부 예산 집행을 보면 목표 달성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노조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3년간 건강보험 국고지원 비율은 평균 13.4%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 5년(16.4%)과 박근혜 정부 4년(15.3%)에 비교해도 턱없이 낮다. 국민건강보험노조는 건강보험 보장률 강화를 요구하며 전면파업을 준비한다.

노조 국민연금지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요구하는 전면파업에 동참하자"며 조합원을 설득하고 있다. 소득대체율은 생애평균소득 대비 국민연금 비율을 말한다. 지난해 45%에서 매년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에는 40%가 되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다. 지부는 소득대체율 삭감을 중단시키고 50%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논의를 앞당기고, 이슈화하기 위해 파업을 준비한다.

철도노조는 한국고속철도(KTX)와 수서고속철도(SRT) 통합으로 공공철도 경쟁체제의 막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9월 말 전면파업 투쟁을 이미 결정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시장 격차해소를 위한 연대임금 논의를 촉발시키고 공공기관 안전 강화와 좋은 일자리 창출 여론화를 위해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보장률 확대와 연금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알리는 등 사회개혁 촉진을 위해 산별노조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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