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2창악캠퍼스 앞에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에게 최저임금 인상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저임금 1만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지만 메아리조차 울리지 않았다.<강예슬 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8천350원)보다 2.87%(240원) 오른 8천59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제도 시행 뒤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물가상승률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인상률 상쇄효과를 감안하면 동결에 가깝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1일 오후부터 12일 새벽 5시30분까지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을 의결했다. 최저임금위는 노·사·공익위원 27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자위원 최종안인 8천880원(6.3% 인상안), 사용자위원 최종안인 8천590원(2.87% 인상안)을 표결에 부쳤다. 노동자위원안에는 11명, 사용자위원안에는 15명이 표를 던졌다. 1명은 기권했다.

월급여로 환산하면 올해보다 5만160원 인상된 179만5천310원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대 10일 동안 노사단체로부터 이의제기를 받을 예정이다. 최저임금위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1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해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늦어도 8월5일에는 내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이번에 결정한 내년 최저임금은 1998년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적용한 2.7% 인상률, 2010년에 적용한 2.75% 인상률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에나 나왔던 낮은 인상률이 적용되는 셈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내년에는 더욱 넓어진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동결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기로 했던 공약을 사실상 포기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2.87% 인상률은 초라하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문 대통령 임기 내 1만원 달성도 어려워 보인다.

이런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송영길 의원 등 정부·여당 인사들이 노골적으로 최저임금 속도조절 또는 동결을 주장해 왔다.

지난 5월 공익위원들이 교체될 당시 정부·여당이 이런 의지를 관철하는 인사들이 공익위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었다. 이날 새벽 표결 결과를 보면 공익위원 9명 중 2명이 노동자위원안에, 6명이 사용자위원안에 찬성해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확인시켰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노동계의 불신과 반발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노총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지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참담한 결과”라며 “결국 최저임금 평균인상률은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를 게 없는데 최저임금법만 개악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의 절규를 짓밟고 최저임금이 가진 의미를 뒤집어 끝내 자본 편에 섰다”며 “나아가 최저임금 포기와 소득주도 성장 폐기를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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