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0일 오후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반노동 인식을 맹비난했다. 이정미 대표는 ‘근로기준법의 시대에서 계약 자유의 시대로 나아가자’는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지목해 “박근혜 시대도 아닌 박정희 시대로 퇴행하자고 한다”며 “지금의 한국 보수는 한 손에는 착취, 한 손에는 혐오를 들고 불평등과 불공정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가 말하는 자유는 착취의 자유”

이정미 대표는 “불평등과 불공정을 넘어 함께 사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동계약자유법 추진과 노조의 사회적 책임법 입법을 주장한 것에 대해 “제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말”이라며 “(나 원내대표가 말하는 자유는) 과로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 주휴수당도 없이 일할 자유, 최저임금 없이 일할 자유, 쪼개기 계약·파견노동이라는 반값 인생으로 살아갈 자유로, 이것은 자유가 아니라 착취”라고 비판했다.

그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쟁의권을 박탈해야 할 권력집단이 된 노조는 도대체 그 어느 노조를 말하는 거냐”며 “민주주의의 위기, 아니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그 축을 담당해야 할 보수가 정치의 역할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불평등·불공정 극복을 위한 정치적 비전과 의지가 있느냐”며 “민주화의 성공과 수평적 정권교체에도 우리 사회 불평등과 불공정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시도·은산분리 원칙 훼손 등을 언급하며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높은 인기와 당내 일부 진보인사들을 알리바이 삼아 진보를 과잉대표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 대표는 선거제 개혁 완수를 강조했다. 그는 “선거제도 개혁과 사법개혁의 연내 입법을 위해 8월 안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심의·의결을 완료하자”며 “비생산적 양당제를 생산적 다당제로 바꾼다면, 많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처럼 합의의 민주주의가 구현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낙연 총리 “노동 3권 부정할 생각 추호도 없어”

이정미 대표 연설 이후 열린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정부 입장과 우정사업본부 노사갈등과 관련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하거나 동결해야 한다”는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최저임금이 지난 2년간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해 여러 지적이 있었다”며 “시장수용성이 있게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를 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홍 부총리는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책을 보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부총리가 되면서 최저임금이 합리적으로 결정됐으면 좋겠다고 해서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하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노동 3권을 부정한다는 논란이 인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도 지적됐다. 이 총리는 지난 8일 우정노조가 9일로 예정된 파업을 철회한 것을 두고 “한 번도 파업하지 않은 자랑스러운 전통을 지키셨다”는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노조가 파업을 하면 부끄러운 것이냐”며 “노조에 대한 압력이고 반헌법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 총리는 “노사가 숨 가쁘게 협상을 이어 가며 파업으로 가지 않고 대화로 (문제를) 푼 것을 보고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한 것”이라며 “노동 3권을 부인하는 듯한 논란이 있을 것 같아 (글을) 바로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집배원의 근무여건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며 “노동 3권을 부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세심하지 못했던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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