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자동차 엔진 부품 생산업체인 유성기업. 포털사이트에 유성기업을 입력하면 '노조파괴' '직장폐쇄' '폭행' 같은 부정적 연관검색어가 함께 뜬다. 갈등의 역사가 길다는 방증이다.

2011년 "밤에는 잠 좀 자자"는 노조의 '주간연속 2교대제' 쟁취투쟁에 회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위반해 가며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유시영 회장은 노조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살고 나왔고, 유성기업에 노조파괴 컨설팅을 제공했던 노무법인인 창조컨설팅의 심종두 대표는 법정구속됐다.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2010~2012년 유성기업 등에서 발생했던 부당노동행위 사건들에 관해 부당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에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울분을 토한다. 유성기업의 노조 잔혹사는 왜 마침표가 찍히지 않는 걸까.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성기업 노조탄압, 왜 9년째 이어지나-유성기업 노조파괴 주요 쟁점 토론' 토론회에서는 노동부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컸다.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각종 법·제도 개선 권고사항을 제시했음에도,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사업주들의 부당노동행위는 계속되고, 그 피해는 노동자 몫이 됐다는 얘기다.

이날 토론회는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노조파괴 범죄자 유성기업·현대차자본 처벌 한광호 열사 투쟁승리 범시민대책위원회(유성범대위)'가 공동주최했다.

"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 권고사항 이행 감감무소식"

김차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노동부의 고용노동행정개혁위 권고 불이행 문제를 지적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부당노동행위 근절을 위한 법정형 상향 조정, 노무사·변호사 등의 전문가들에 의한 부당노동행위 개입에 대한 제재조치 제도화, 구속영장 신청기준에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추가 같은 근로감독관집무규정 개정 등을 권고했다.

유성기업 사건에서는 검찰이 노동부의 기소의견을 불기소의견으로 변경해 송치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노동부 장관에게 검찰의 부당한 수사지휘 관행에 시정을 건의하라고 주문했다. 김 변호사는 "이행된 건 김영주 전 장관이 유감표명을 한 것밖에 없다"며 "노동부가 권고사항을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유성기업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한 사건을 대하는 노동부 태도도 비판했다. 그는 "지회나 조합원이 사용자를 고소한 경우 신속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고소한 지 짧게는 1년9개월, 길게는 4년6개월 이후 검찰 송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당노동행위 근절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고, 노동부가 계속 부당노동행위에 소극적이고 관대한 태도를 취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몫이 될 것"이라며 "개혁위 권고사항 이행은 부당노동행위 근절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사법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해야"

노동자들은 사법기관의 역할을 촉구했다. 이정훈 금속노조 유성기업영동지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유성기업 노조파괴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며 "9년째 단절되지 않는 노조파괴의 공범은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지 못한 경찰·검찰·법원"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회장은 "유시영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 재판은 17일 검사구형을 앞두고 있다"며 "사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유성자본을 처벌하는 게 유성기업 노조파괴 9년을 단절시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유시영 회장과 유성기업 임원들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2011년 5월~2012년 4월 창조컨설팅에 노조파괴 자문료 13억여원을 지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자신의 노조법·근로기준법 위반 형사사건 재판 관련 변호사 비용에 개인돈이 아닌 회삿돈 1억5천만원을 쓴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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