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영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사건의 경위

현대·기아자동차의 자동차 판매조직은 지점과 대리점으로 나뉘어 있다. 지점에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직접고용한 판매직원이 있다. 대리점에는 현대·기아자동차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대리점 대표, 그리고 대리점 대표와 판매위탁계약을 체결한 판매직원(카마스터)이 있다. 지점과 대리점의 카마스터들은 외근형 노무제공자로 업무시간의 상당 부분을 대리점 밖에서 보내며, 나름의 방법으로 차량구매자를 확보한다. 카마스터들은 판매를 성사시켰을 때 판매수당과 인센티브 등 급여를 받았는데, 지점 카마스터와 달리 대리점 카마스터에게는 따로 고정급이 없었다.

대리점 소속 카마스터들은 2015년 9월 전국의 자동차 판매대리점 카마스터를 조직 대상으로 하는 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노조를 설립했다. 대리점 대표들은 소속 카마스터들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노동조합의 교섭요구를 무시하고,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시작으로 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등으로 단체교섭을 거부했다. 그리고 노조 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했다. 나아가 판매위탁계약을 해지하거나 아예 대리점을 폐업하기도 했는데, 그로 인한 실업자가 100여명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전주시에 있는 현대자동차 판매대리점에서 발생했다. 대리점 대표는 조합원 9명을 2016년 6~12월에 걸쳐 순차로 계약해지했는데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 가입 후 폐업한 대리점 선례를 언급하거나, 노동조합 탈퇴서 제출을 요구하거나, 노동조합을 탈퇴하면 계약을 해지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노동조합 혐오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대해 전북지방노동위원회부터 중앙노동위원회·서울행정법원·서울고등법원까지 대리점 카마스터들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됐고, 이를 전제로 대리점 대표가 카마스터들에게 한 노동조합 탈퇴 종용, 계약해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6월13일 대리점 대표의 상고를 기각하며, 계약해지를 취소하고 원직에 복직시키라는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을 확정했다.

노조법상 근로자성 관련 법리 흐름

종래 대법원은 노조법상 근로자성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하고, 그 사용종속관계는 당해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도급·위임·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든 상관없이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감독관계 여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 그 노무의 실질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판시해 왔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를 놓고 따져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2014년 골프장 캐디 판결(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부정하면서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며 노조법상 근로자 범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범위와 다르다는 점은 알 수 있었으나, 여전히 판단 기준은 분명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2018년 대법원은 이른바 학습지교사 판결[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12604(병합) 판결]을 선고하며 재직 중인 노무제공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세웠다. 대법원은 헌법상 노동 3권의 취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다른) 노조법상 ‘근로자’의 정의 규정, 노동조합의 정의 규정 해석에 근거해 “구체적으로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①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②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해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④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⑤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⑥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제공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렇게 판단 기준을 명시하고, ‘종합적 판단’을 요한다고 함으로써 위 ‘요소’들이 ‘요건’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에 더해 “노조법은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 달리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 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이러한 노조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춰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고 해 노조법상 근로자의 범위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보다 넓음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참가인과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는 원고 학습지교사들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해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가 핵심적 판단 요소임을 밝혔다. 우리 법원이 경제적 종속성을 근로자성의 핵심요소로 보는 일본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 등의 법리를 수용함으로써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 하더라도 단체교섭을 통한 노동조건 개선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려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후 방송연기자 판결(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에서 대법원은 “전속성과 소득 의존성이 강하지 않은 측면이 있더라도 이를 들어 방송연기자가 노조법상 근로자임을 부정할 것은 아닌 점”이라고 판시해 판단 요소들 사이에 우열이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철도역 위탁 매점운영자 판결(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6두41361 판결)에서 물품 판매대금의 일정 비율로 산정된 용역비와 같은 ‘성과급형 급여’도 노무제공 대가로 판단됐다.

판결 내용

이 사건에서 사용자는 카마스터의 업무가 ‘외근’ 영업 중심이고 판매실적에 따른 ‘성과급’만 지급받으므로 이른바 ‘독립사업자성’이 특히 강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근로기준법도 58조3항에서 재량위임형 근로자(사용자가 업무의 수행 수단 및 시간 배분 등에 관해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해야 함)를 염두에 둔 규정이 있으므로, 지휘·감독의 정도를 엄격하게 볼 필요는 없다. 그리고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에서 지휘·감독의 정도는 근로기준법상의 그것에 미치지 않는 ‘어느 정도’만 입증되면 충분하다는 점, 이른바 ‘독립사업자성’이라는 것은 고정급이 없다는 사정에서 파생되는 결과인데 고정급의 존부는 사용자가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도 저해하지 못하는 요소인 점(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도 고려돼야 한다.

대법원은 카마스터들의 생계의 근거가 되는 주된 소득원이 소속 대리점이라는 점, 계약내용이 정형화된 계약서로 일방적으로 결정돼 있었던 점, 카마스터의 업무가 자동차 판매대리점 운영에 필수적이며 타사 자동차 판매나 겸업이 금지돼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해당 대리점을 통해서만 자동차판매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점, 계약관계가 전속적이고 지속적이었던 점, 정규직(지점 카마스터)에 준하는 직급체계, 근태관리, 업무지침과 판매목표, 영업 관련 지시와 교육 등 지휘·감독 관계의 존재 등 카마스터들이 6가지 판단 요소에 모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판매실적에 따른 성과급인 판매수당도 차량판매 ‘노무의 대가’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마지막으로 “카마스터들이 ‘독립사업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가 있는 이상 대등한 지위에서 노무제공계약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즉 지휘·감독 관계의 정도와 보수의 형태에 치중했던 사용자의 주된 주장을 명시적으로 배척하고,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가 핵심적 판단 요소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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