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혜진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

직장내 괴롭힘은 어제오늘 문제는 아니다.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점점 낮은 질의 일자리가 확대돼 가면서 직장 민주주의는 점점 후퇴하기 시작했다. 갑질 피해자는 비정규직·여성·신입사원 등 직장 약자들에게 집중돼 있다. 직장갑질은 여러 유형이 있지만 임금체불(25.7%), 부당한 업무지시(14.8%)에 이어 폭언·따돌림 등 직장내 괴롭힘(13.5%)이 주된 갑질 형태로 지목됐다. 실제 많은 사업장에서 폭행·폭언·괴롭힘으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법률원에 도움을 요청한다. 직장내 괴롭힘 문제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직장인들 모두의 문제로,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7월16일 직장내 괴롭힘 금지를 규정한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법에서 최초로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많은 노동자들은 법 시행 이전이라도 갑질과 폭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 직장내 괴롭힘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마트 사례를 보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이마트는 취업규칙을 개정해 법 시행 이전부터 이미 직장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직장내 괴롭힘 발생시 구제절차를 규정했다. 그러나 실상 직장내 괴롭힘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마트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구제를 받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마트 A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선임의 폭언으로 근무시간 동안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교대시간이 다가와 교대시간 직전 계산대를 막아 두고 교대장소로 이동하는 직원을 불러 고객들이 붐비는 계산대 앞에서 “근무지를 이탈하고 있냐”고 혼을 내거나, 몸이 아파 고객이 없는 사이 잠시 벽에 기대 있는 캐셔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회사에 쉽게 돈 벌러 오냐”고 소리를 지르고 다음날 영상을 출력해 전 직원에게 공개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이 반복됐다. 직원들에게 반말로 지시하는 것은 일상이다. 이마트에 들르는 직원 가족들이 우연히 직원이 선임에게 혼나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왜 거기서 혼나고 있는지 묻는 경우도 있다. 이마트 A점 직원들은 선임의 행동이 직장내 괴롭힘이라고 판단하고 회사에 구제신청을 했으나 회사는 사실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고 해당 선임이 무뚝뚝하고 커뮤니케이션이 미숙해 발생한 문제라고 보고 경고 조치를 하는 것에 그쳤다. 해당 직원들은 여전히 선임의 지시 아래 하루하루 긴장 속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마트 B점의 캐셔 직원은 고객 폭언으로 인해 업무를 중단하고 사원보호 프로그램에 따른 상담치료를 받게 됐다. 이로 인해 다른 직원이 현금 수납박스 이동업무를 대신 하게 되자 “왜 나에게 이런 심부름을 시키냐” “너 똑바로 살아라” “너 내가 죽여 버리겠다”는 등의 폭언을 쏟아부었다. 같은 장소에 캐셔 파트장이 함께 있었음에도 아무런 제재 조치가 없었다. 피해 직원은 회사의 사원보호 프로그램에 따라 업무를 중단한 것인데도 회사는 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피해 직원은 점장과 면담을 통해 직장내 괴롭힘으로 구제를 요청했으나 기간제 직원 사이 다툼이므로 가해 직원과 피해 직원 모두 인사이동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에게 가장 필요한 조치는 괴롭힘 발생 직후 가해자와 마주치지 않도록 분리하고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이를 위해 사용자가 직장내 괴롭힘을 알게 되는 경우 피해자 요청에 따라 근무장소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괴롭힘이 확인되면 징계·근무장소 변경 등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대부분 괴롭힘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직원들 사이 개인적인 문제로 책임을 전가하고 경미한 경고 조치 등으로 사건을 무마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모든 피해는 피해자가 온전히 껴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사용자는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 과연 직장내 괴롭힘 위반 첫 사업장은 어디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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