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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 아래 전교조 천막농성장, 속 타는 해직교사노조 "지연되는 법외노조 취소에 정년 앞둔 해직교사 늘어 가"
▲ 전교조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린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전교조 천막농성장을 지키던 이들이 오전 교대를 앞두고 분주히 움직였다. "자! 교대식 합시다." 노재화 노조 전북지부장이 말하자 앉아 있던 조합원들이 ‘법외노조 즉각취소!’가 적힌 빨간색 조끼를 서둘러 입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이들은 '청와대는 약속을 지켜라!' '해직교사 원직복직!'이라는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들고 한 줄로 늘어섰다. 이 장면은 '농성 47일차' 사진으로 남았다.

노조는 2013년 해직자를 조합원에서 제외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았다. 지난 5월 법외노조 취소를 요구하며 노조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 도로에서 천막을 펼쳤다. 하지만 정부는 대법원 판결이나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개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외노조 처분의 무효 여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은 3년5개월 넘게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교대로 농성장을 찾은 해직교사는 애가 탄다고 했다. 정년이 점점 가까워져 오기 때문이다. 교사는 만 62세가 정년이다. 2016년 해직된 교사는 34명이지만 지난해 해직교사 한 명이 이미 정년을 넘어섰다. 2020년에 한 명, 2021에는 두 명의 해직교사가 정년을 앞두고 있다. 2022년 8월이 정년인 윤성호 전북지부 연대사업국장은 "정년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며 "현재 상황을 보면 복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법외노조 문제 장기화에 지치는 해직교사들

"여름이 제일 힘들죠. 더운데 씻는 것도 그렇고 냉방도 잘 안 되니까…. 모기도 많고. 지금은 뭐 새벽 5시도 되기 전에 날이 훤해지니 눈이 그냥 떠져요. 차 지나 다니는 소리나 환경미화원들이 움직이는 소리에 잠을 깊게 못 들죠."

농성 중인 윤성호 국장이 말했다. 윤 국장은 2016년 1월 서울고등법원이 노조를 법외노조로 판결하면서 해직교사가 됐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놓았던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당선되자 그는 복직을 꿈꿨다.

"주변 선생님들이 많이 이야기했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으니 2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면 복귀하지 않겠냐고요. 그렇게 쉽게 복직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저도 내심 기대를 했죠."

기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정부는 정부 지지율이 80%를 육박하던 집권 초에도,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지방선거 직후에도 법외노조 취소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 집권 초기 "적어도 1년 정도는 좀 시간을 주면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은 허언이 됐다. 법외노조를 직권취소할 거라는 기대가 부풀고 꺼지기를 수 차례. 해직교사는 더이상 정부를 믿지 않는다.

김종현 충남지부 사무처장은 "정권에 기대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자체가 없어졌다"며 "이제는 우리가 싸워서 얻을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윤성호 국장은 "승소든 패소든 대법원이 빠른 시일 내 판결을 내려 줬으면 좋겠다"며 "기약 없는 기다림이 길어지니 지치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40여분간 1인 시위를 이어 가던 그의 얼굴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세월호 참사 시국선언
박근혜 정부에 미운털 박힌 전교조


김형배 전북지부 정책실장은 "전교조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법외노조가 됐다"며 "정부는 노조 직권취소 결정이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인정하고 취소 통보를 철회하면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죽이기'가 2014년 1만5천여명의 조합원이 세월호 참사 이후 시국선언문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에 앞장서자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실제 2014년 6월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작성한 업무수첩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전교조 와해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사법부가 법외노조 취소 소송과 상고법원 설치를 거래한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활동을 마무리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대법원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재항고 사건에 대한 (사법부와 정부의) 재판거래 의혹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김 정책실장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이나 교원노조법 개정이 아닌 정부의 직권취소로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해직교사 33명의 원직복직까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 2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개정안은 퇴직 교원의 노조 가입을 해당 노조 규약으로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이 통과돼도 소급적용하지 않으면 해직교사의 원직복직은 불가하다. 원직복직이 가능하려면 대법원 판결에서 노조가 승소하거나 정부가 법외노조를 직권취소해야 한다.

윤성호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법외노조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며 "법외노조 취소가 되긴 하는 건지, 안된다면 왜 안 되는지 말해 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그는 "이러다 해직교사 문제가 영영 잊힐까 두렵다"고 말끝을 흐렸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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