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격주로 하루 3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납땜 수업을 합니다. 먼지가 잔뜩 들러붙어 성능이 의심되는 환풍기 4대가 돌아가지만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아요. 수업 중 두통이 일어나는 게 다반사입니다. 사정을 말하면 선생님은 '선배들 중 죽은 놈 한 명도 없어'라고 말해요. 납은 몸에 아주 나쁜 금속이라는데. 괜찮은 건지 모르겠습니다."(경기도 Y특성화고 재학생 ㄱ씨)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이사장 이상현)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와 교육청은 실습실 사용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보호장비와 시설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ㄱ씨를 포함해 Y고 학생 2명이 실습수업 상황을 증언했다.

안전조치가 갖춰지지 않은 실습실 환경은 이들에 국한한 사례가 아니다. 연합회는 지난달 12일부터 열흘간 전국 64개 학교 학생·졸업생 169명을 상대로 실습실 사례 제보·마스크 지급 서명운동을 실시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밀폐된 교실에 마스크 없이 수업을 하고, 보안경 없이 광섬유 융착실습을 한 사례가 확인됐다. 도장 실습에 고작 일회용 마스크를 지급하고 용접 실습을 마스크 없이 하도록 한 학교도 있었다. 보호장비 없이 실습을 하다 다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납땜 수업 중 납이나 인두로 인해 옷이 타거나 화상을 입기도 했다.

연합회는 대다수 교육청이 실습실 안전 관련 대책을 마련해 두고 있지만 일선 학교에서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현 이사장은 "17개 시·도 교육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더니 15곳이 보호장구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고, 교육부는 실습교육 과정에 안전용품 지급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며 "교육당국 대책이 현실과 괴리된 문서상으로만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요구는 소박했다. 연합회는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이 위협받는 실습실 문제를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는 모든 실습실에 마스크를 지급하고 환풍기를 설치·가동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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