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 반도체 핵심소재를 대상으로 수출규제에 나선 것과 관련해 일본의 경제보복이 국제사법 추세에 역행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지난 5일 이슈페이퍼를 통해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동원 배상판결은 행정영역이 아니라 사법영역의 일”이라며 “해외 전범기업 강제동원에 대한 민간배상 사례와도 대조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한국 대법원의 독자적 판결을 두고 일본이 경제보복을 한 것은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근간을 부정하는 억지”라며 “일본 정부도 일본최고재판소(대법원)의 독립적 결정에 간섭하거나 뒤집을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연구원은 일본 전범기업 강제동원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연구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체결 당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도, 불법적 강제동원도 인정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11월 일본 고노 외상은 외무위원회에서 ‘한일협정에서 개인 청구권 자체는 소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꼬집었다.

강제동원 민간배상 청구권을 인정하는 국제사법 추세도 소개했다. 연구원은 “국가 간 배상이 이뤄진 경우에도 강제동원 해당 기업에 의한 민간배상이 이뤄지고 있다”며 “독일은 1990년대 이후 2차 세계대전 피해국에 배상금을 지급한 것 외에 민간인을 강제동원한 기업에 대한 개인 배상청구권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군수공장과 민간업체들이 벨라루스·에스토니아·폴란드 등에서 840만명을 끌고 가 강제노동을 시켰다. 독일 정부는 1980년대까지 강제동원 배상 등 법적 문제는 피해국 배상금 지급으로 종결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던 중 슈뢰더 정부가 전범기업들에 민간배상을 종용하면서 2000년 의회가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재단’을 설립했다. 전범기업을 포함해 6천여개 기업과 독일 정부가 각각 26억유로씩 모두 52억유로(7조4천200억원)를 재단에 출연해 민간인 165만7천명에게 배상했다. 

이 밖에 전범기업인 네덜란드 국영철도(NS)와 프랑스 국영철도회사(SNCF)가 나치에 협력해 유대인을 강제수용소로 이송한 것에 책임을 지고 배상금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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