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피해의식에 빠진 근거 없는 맹목적 비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한 여야 4당의 평을 한마디로 줄이면 이렇다. 올해 3월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수석대변인”이라고 막말을 했던 나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신독재” “국민 분열 조장에 앞장섰다” 등의 발언을 쏟아 냈다.

그는 4일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권 2년은 반대파에 대한 탄압과 비판세력 입막음의 연속이었다”며 “정권을 비판하면 독재·기득권·적폐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절대권력 완성을 위해 민주주의를 악용하고 있다”며 “신독재 현상과 같다”고도 했다.

선거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과 관련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제1 야당을 궤멸시키기 위한 선거법을 여야 합의도 없이 다수의 논리로 밀어붙였다”며 “야당의 당연한 저항에 저들은 빠루(노루발못뽑이)와 해머로 진압했다”고 주장했다.

여야 4당은 일제히 비난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제가 어제(3일) 연설하면서 일하는 국회를 주문했고, 최소한의 대답을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는데 전혀 없는 것 같아 섭섭하다”며 “(연설이) 때로는 근거 없고 맹목적인 비난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파행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오만함에 대한 사과가 먼저”라고 밝혔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정부 실정을 조목조목 따졌지만 퇴행적인 방향에서 비판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고,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피해의식과 망상으로 가득한 말 폭탄”이라고 꼬집었다.

노동계는 나 원내대표의 노동자유계약법 도입 주장에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새로운 산업 환경과 근로형태에 맞는 노동자유계약법”을 언급하며 “국민에게 마음껏 일할 자유를, 우리 산업에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죽도록 일할 의무와 마음껏 해고할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발상은 국회에 적용해야 한다”며 “잘 알지도 못하고, 알고자 하는 의지조차 없는 노동영역을 공연히 기웃거리지 마라”고 경고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은 “노동자유계약법은 힘의 우위에 있는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라며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걸맞게 국제수준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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