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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과 좋은 일자리
▲ 김형탁 마실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매년 7월 첫째 주 토요일은 세계협동조합의 날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 1923년부터 기념해 왔으며, 유엔도 ICA 설립 100주년이 된 1995년부터 이날을 세계협동조합의 날로 선포했다. 2012년 12월 발효된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기본법에서도 매년 7월 첫째 토요일을 협동조합의 날로 지정하고, 그 이전 일주간을 협동조합 주간으로 지정하고 있다. 올해는 7월6일이 세계협동조합의 날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이 밝힌 올해 세계협동조합의 날 주제는 ‘좋은 일자리를 위한 협동조합(Coops 4 Decent Work)’이다. 즉 협동조합이야말로 작업장 내에서의 인간의 발전과 사회적 정의를 우선시하는 민주적 운영으로 특징되는 사람중심 기업이라는 메시지다. 지난달 24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노동기구(ILO)와 함께 ‘협동조합과 노동의 미래’라는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국제협동조합연맹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에서 일하거나 또는 협동조합이 주요한 소득원인 사람들의 수가 2억7천900만명을 넘는다. 모든 노동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협동조합 고용은 더 이상 주변적 현상이 아니다. 게다가 협동조합 고용은 상대적으로 더 오랜 기간 지속되고, 소득불평등 정도가 낮으며 도시와 농촌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노동조합들을 통해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노동 및 노동관계를 실험하는 거대한 실험장이 되고 있다.

협동조합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뛰어넘어 고용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 ‘협동조합과 고용에 관한 국제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협동조합 종사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적 합리성과 효율성에 대한 요구, 공유된 유연성, 참여감, 가족 같은 환경, 자부심과 명성, 강한 정체감과 가치에 대한 집중”을 느끼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오늘날의 높은 실업률, 특히 높은 청년실업률과 고령사회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가 사회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사회 전체의 안정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 됐다. 또한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발달로 미래의 노동이 어떠한 모습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판단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직 우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에 따르면 사라지는 일자리가 많겠지만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 역시 많을 것이라고 한다. 기술 발달이 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왔던 역사적 경험도 그 낙관에 한몫을 하고 있다. 또 노동시간단축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 수가 과연 사라지는 일자리 규모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기계가 더욱 똑똑해지고 기계들 간 협업이 가능해지면서 생산성은 고도화될 것이지만, 기존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설령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공존·협력하는 방식으로 작업장 구조를 재편하더라도 투입되는 인간 노동력의 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만약 기계들 간 협업이 중심적인 생산구조가 되면 인간들은 서로 단절돼 부분적 역할을 수행하는 위치로 전락하게 된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도 분절적이고 파편화된 노동의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제조업이 서비스업처럼 변해 가고 있다. 가치창출 원천이 제품 자체에만 있지 않고, 제품을 통한 데이터 수집과 이와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가 가치의 원천이 되고 있다. 노동력 투입 역시 육체보다는 서비스 쪽으로 분화·확산돼 나갈 것이다. 그러나 기계 발달은 인간의 노동과 관련해 새로운 가능성도 만들어 내고 있다. 흔히 플랫폼노동이라고 하면 단순하고, 파편화되고, 사회적 보장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노동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플랫폼노동을 조직하고 규율하는 체계가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 만약 플랫폼을 사람들 간 협동과 협업을 위한 장치로 활용한다면 전혀 다른 성격의 노동이 만들어질 수 있다.

협동조합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노동형태를 실험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기술 발달로 가능해진 플랫폼을 소수의 이윤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다수가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협동의 장치로 만들어 내는 큰 기획이 필요하다. 이 기획은 노동조합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주변화된 노동을 위한 대안조직을 형성하는 차원을 넘어, 변화된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사회적 생산체제의 형성이라는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된 이래 설립된 협동조합이 1만5천개가 넘는다. 불과 7년 만에 엄청난 수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모든 협동조합 활동가들이 제대로 된 협동조합을 만들어 내기가 너무나도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판로의 문제와 자금의 문제 등 협동조합 운영을 위한 사회적 기반이 취약한 탓이 크다. 협동조합은 강한 공동체성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는 공동체성이 상당히 취약하다. 협동조합이 어려운 핵심적인 이유다. 공유플랫폼을 확장해 협동조합이 성장할 수 있는 공동체 영역 자체를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마실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htkim82@gmail.com)

김형탁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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