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저에게 최저임금은 곧 임금이며 생계비입니다. 최저임금을 받는 대다수가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아르바이트 노동자 문서희씨)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높습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돼 결국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자영업자 이근재씨)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위원장 홍장표)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주최한 ‘최저임금, 국민에게 듣는다’ 토론회에서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말하는 최저임금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와 최저임금을 주는 자영업자가 직접 나와 의견을 밝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한다는 문서희씨는 “최저임금이 인상돼 뭐가 좋으냐고 주변에 물어보니 다른 일도 할 수 있게 됐고 동생에게 용돈도 줄 수 있으며 실비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벌이 하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게 가장 억울했다”며 “여성·청년·노인은 (사업주가) 용돈을 챙겨 주는 사람이 아닌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근재씨는 “그동안 직원 4명을 뒀는데 최저임금 대폭 인상 뒤 1명을 줄이고 90대 노모가 오전에 나와 일한다”며 “2년 새 최저임금이 29%나 오르니 어려움을 호소하는 게 당연한데 정부는 인건비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주가 돈 줄 여력이 없는데 매년 오르는 최저임금에다 주휴수당까지 의무화되면 살 길이 막막하다”며 “이런 사정을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가 귀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따른 누락효과 감안해야”

토론자들 사이에서도 내년 최저임금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최저임금 결정시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4~4.5%와 임금인상률 4.1% 수준을 적용한다면 2018년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이고 이보다 밑으로 가면 사실상 삭감”이라며 “더구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누락효과가 5%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저임금과 노동빈곤 해소라는 최저임금의 원래 목표를 지향하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도 “최저임금에 관한 비공식적인 국제 룰이 있는데 한 끼 식사비와 왕복 교통비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자장면이나 김치찌개가 최소 6천~7천원에다 왕복 교통비도 3천원 수준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오늘날 최저임금은 사회경제적 영향력이 매우 높아진 만큼 노동생산성과 기업의 지불능력이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며 “내년 최저임금은 예년과 다른 상황임을 고려해서 기존 방식과 잣대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경영합리화 등으로 흡수하지 못해 그대로 인건비 상승으로 연결된다”며 “기업규모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에 대한 주홍글씨 걷고 객관적 평가해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평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홍장표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모든 정책처럼 최저임금 역시 공과가 있다”며 “만악의 근원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기기보다는 공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저임금 노동자 소득안정과 자영업자 비용부담 경감을 이루는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해구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동원됐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긍·부정적 효과는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합법적 절차와 종합적 고려를 거쳐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이해를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의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올해는 절박한 심정의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어떻게 하면 최저임금을 줄 수 있고, 받을 수 있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같이 논의하는 데서 출발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