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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얼마 오르건 제발 함께 살아요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한 차례 퇴장과 두 차례 불참 끝에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이 3일 복귀했다. 지난 2일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마이너스 인상률 요구안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조건에서도 노동자위원들이 먼저 시급 1만원을 최초요구안으로 제출했다. 지난해 최초요구안인 1만790원에서 하향 조정된 안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됐으므로 실제로는 1만원에 못 미치는 양보안이다. 현실적인 제약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염두에 두고 낸 인상안이지만 바라보는 눈길이 안팎에서 모두 곱지 않다. 참 여러모로 어려운 형국이다.

노동자위원들이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을 2020년 최저임금 인상 최초요구안으로 제시한 이유는 최저임금 1만원이 최저임금법과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최소기준이고, 선진국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자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한국 경제가 충분히 감당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수준이란 판단 때문이다. 다만 재벌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가 개선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 또한 가중되고 있으므로 노동자위원들은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위해 대기업 비용 분담과 경제민주화 제도개선을 위한 요구도 함께 제시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따른 비용부담을 중소·영세 상공인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 대기업이 비용을 분담하는 경제시스템 재구조화를 제안한 것이다.

경제민주화 제도개선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 설정·골목상권 보호·지역화폐 및 제로페이 사용 확대 등 중소·영세 상공인에 대한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해 경쟁력과 지불능력을 제고시킬 것, 둘째 납품단가조정 제도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비용 대기업 분담을 제도화할 것, 셋째 ‘협력이익공유제’ 확대로 한국형 이익공유 동반성장 모델을 구축할 것, 넷째 대기업 ‘공정거래협약’을 활성화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 다섯째 가맹·대리점과 납품 중소기업의 단체구성권을 통해 불공정행위 근절과 거래조건 개선을 위한 교섭권을 보장할 것, 여섯째 연동형 ‘최고임금제’ 도입을 추진할 것 등이다. 노동자위원들이 고심 끝에 낸 경제민주화 요구의 핵심 문제의식은 을들의 상생이다. 저임금 노동자와 소상공인이 함께 살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슈퍼 갑’인 재벌 대기업에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 운동은 최저임금 인상을 시대적 과제로 만들었다. 불평등 양극화 해소 마중물로 최저임금 1만원 운동이 각광받기도 했다. 주요 정당의 여야 후보들이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공약으로 걸었다. 촛불항쟁의 힘으로 두 해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도 달성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근본적인 사회경제구조 개혁을 동반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의 사회적·경제적 선순환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 성장의 물꼬를 트기는커녕 을들의 대립만 심화시킨 결과를 마주하며 허망해지기도 했다.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둘러싼 논란을 극복하려면 구도를 바꿔야 한다. 한국 자본주의 먹이사슬의 최상층에서 독식해 온 재벌 대기업에 책임을 묻지 않고는 최저임금 인상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영세 자영업과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대표해 나온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께 호소드립니다. 재벌공화국에서 함께 힘 합쳐 살아야 합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만큼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얼굴이 환해질 수 있도록 상생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올해야말로 최저임금이 더 이상 소모적 정쟁의 대상이 되도록 놔둬선 안 됩니다. 저는 비정규직·여성·청년 등 노조 바깥의 저임금 불안정 상태에 놓인 미조직 노동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목소리를 냈습니다. 재벌 대기업이 좌지우지하는 경제구조를 그대로 두고는 저임금 노동자들과 자영업자들이 밥그릇을 사이에 두고 대립하는 어이없는 구도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게 다 재벌 대기업 탓일 수는 없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을들을 살리는 방안이 될 수 없게 가로막는 가장 핵심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는 건 분명하니까요. 노동자위원들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당사자들이 함께 사는 상생방안을 올해 최저임금위에서 찾는 것이 최저임금 인상률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2020년 최저임금이 얼마 오르건 올해가 을들이 힘 모아 함께 사는 원년이 되길 간절하게 소망합니다. 제발 함께 살아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namsin1964@daum.net)

이남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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