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하고요. 건강하세요." 출근길 택배함에 붙은 포스트잇 메모가 한국노총까지 전달됐다. 우정노조 조합원들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다. 얼마나 반가웠으면 사진을 직접 찍었을까. ‘제 편안함이 누군가의 고통이라 괴롭네요’라며 조합원들의 힘든 노동을 공감하는 목소리까지. 잠시 땀 닦을 짬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아마도 응원 글귀를 본 조합원들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으리라.
이런 응원은 3만 전체 조합원이 총파업까지 결의한 상황에서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7월5일까지 대정부 교섭을 한다고 한다. 7월6일 토요일 파업결의까지. 만일 정부인 사용자가 우정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정노조 역사 초유의 파업이 진행된다. 우정노조의 요구는 너무나 간단하고 명확하다. "조합원들의 죽음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이번주 방송된 한국노총 팟캐스트 <노발대발>에서는 우정노조 조합원들로부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도무지 식사시간을 낼 수 없다는 말씀, 토요택배 때문에 가족과 함께 영화 한 편 제대로 보기 어려운 현실. 30여년간 여름휴가는 제대로 가 본 적이 없다는, 간혹 목이 메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대목도 있었다. 이분들의 말씀에 노발대발 멤버들이 할 수 있는 맞장구는 그저 ‘아 그렇군요’ 뿐이었다. 조합원들이 가장 힘든 때는 요즘같이 덥고 습한 여름이라고 한다. “손에 마시다 만 물병이라도 있으면 저희에게 주십시오”라고 하신다. 그저 먹먹할 따름이다.
우정사업본부와 정부가 져야 하는 법적 책임은 이루 다 열거하기 어렵다. 약속 위반이다. 노사는 2019년 7월1일부터 토요택배를 전면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에 맞춰 집배원 증원을 여러 차례 약속했다. 집배원 노동개선 추진단은 2천명 증원을 권고했다. 당장은 어려운 여건이니 1천명 증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모두가 보고 있듯이 약속은 간곳없다. 조합원 두 분은 “재해의 주요 원인은 정부가 주 52시간 상한제를 도입취지대로 시행하지 않은 탓입니다. 주 52시간에 맞추려면 인력충원이 뒤따라야 함에도 충원 없이 무조건 52시간 내에 기존에 하던 물량을 소화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새벽 6~7시부터 진행되는 분류작업부터 언제 끝날지 모르는 하루일과. 그럼에도 인정되는 연장근로시간은 12시간뿐이란다. 분명한 임금체불이다. 노동강도는 강해졌지만 임금은 줄어드는 기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나마 임금이 줄어드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조합원이 죽어 가는 것은 차마 보고 있을 수 없다고, 그래서 파업에 나섰다고 한다.
노동부, 아니 정부가 앞장서 직무유기를 범하고 있다. 재해가 연이어 발생하는 작업장에 대해서는 반드시 작업중지명령을 내려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부에 유해 및 위해상태가 해소될 때까지 사업장의 전부 또는 일부의 작업을 중지시키도록 그 의무를 지우고 있다. 우리 주위 집배현장이 바로 ‘생명을 잃을 정도의 위험한 사업장’이라는 사실은 긴말이 필요 없다. 올해만 9명의 조합원이 현장에서 운명을 달리했다. 사망자 숫자만으로도 차고 남을 정도다. 조합원 대부분이 그 경계를 넘나들 정도의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1천명 충원에 약 400억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결코 큰돈이 아니다. 재원도 충분하다. 정부는 적자 운운하지만 거짓주장이라는 사실은 이미 드러나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그동안 벌어들인 수조원 중 일부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설사 국가 예산이 투입된다 한들 무엇이 문제인가. 나랏돈은 이런 곳에 써야 하지 않겠나. 생명은 그 얼마의 돈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우정·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존중" "생명존중" 약속을 지키라는 주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정노조가 주장하는 집배인력 충원과 토요집배 폐지는 사회적 합의까지 나온 마당이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모든 정책은 시기가 중요하다. 굳이 욕을 먹고 나서 할 필요가 있을까. 더구나 절대다수의 시민과 노동자가 동의하고 응원하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길 기대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집배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 기자명 김형동
- 입력 2019.07.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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