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21일만 더 일했으면 요금수납원으로 일한 지 10년이 됐을 거예요.”

담담하게 농성 소회를 밝히던 중년 남성 A씨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A씨 주름진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복직 못할까 봐) 불안하냐고요? 불안만 하면 다행이죠.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어서 억울합니다. 공공기관이 1천400명이나 되는 직원을 한 번에 잘라도 되나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A씨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다 지난 1일부터 계약종료 상태에 놓인 톨게이트 협력업체 요금수납 노동자들의 노숙농성 풍경이다.

계약이 종료된 요금수납 노동자 1천400여명 중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민주노총 투쟁본부 소속 400여명은 이달 1일부터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하루 전날인 지난달 30일에는 또 다른 요금수납 노동자 40여명이 고공농성을 시작한 경기도 성남 분당구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인근에서 하루 노숙농성을 했다.<본지 2019년 7월2일자 7면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고공농성 이틀째 해법은 감감무소식' 참조>

조합원들은 노조별로 녹색·빨간색·주황색 조끼를 입고 농성장 앞 도로에 앉아 있었다. 일부 조합원들은 지친 듯 건물 인근 그늘을 찾아 자리를 깔고 앉거나 누웠다. 한 중년 여성 조합원은 “힘든 것은 당연한 거고,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하는데도 그것조차 안 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 조합원은 "원래 직접고용 노동자였다가 간접고용 노동자로 전환됐다"며 "원래 자리로 돌려 달라는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이날 집회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투쟁본부와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일 오전 요금수납 노동자 400여명이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경찰이 이를 막아 서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조합원 네댓 명이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조합원 9명은 경찰에 연행됐다.

같은날 오후에는 조합원 일부가 노조 조끼를 벗고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진입해 피켓을 들고 노조 상황을 알리는 율동을 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전날에도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조합원 10여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편 투쟁본부는 이날 청와대 관계자를 면담했다. 이들은 다음날 오전까지 노숙농성을 한 뒤 3일부터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공동파업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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