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사가 올해 임금교섭 첫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한 달 넘게 교섭장소를 놓고 지리한 신경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내외 장소를 불문하고 새로운 장소를 선정해 조속한 시일에 성실교섭을 하라는 중앙노동위원회 행정지도까지 나왔는데도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2일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장이 제안하고 회사가 수용한 '인천북부지청 고용복지센터'에서의 교섭을 거부했다. 89만2천제곱미터(27만평)가 넘는 회사 부지를 두고 외부교섭은 말이 안 될뿐더러 밀실교섭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부는 지금까지 교섭장소로 사용하던 인천 부평공장 복지회관 LR대회의실을, 사측은 안전상 이유를 들어 본관 서울룸을 고수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지부는 쟁의권 확보를 추진했다. 조합원 74.9%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중앙노동위가 지난달 26일 "사내외 불문 새로운 장소를 찾으라"고 권고하면서 교섭모드로 돌아서는 듯했다.

이번엔 사외 장소가 문제가 됐다. 중앙노동위 행정지도가 나오자 노동부 인천북부지청장은 인천북부지청 고용복지센터를 교섭장소로 제안했다. 사측은 수용했지만 지부는 "노조설립 이래 48년간 외부에서 교섭을 한 적이 없다"며 사외 장소를 거부했다. 지난달 "장소가 문제라면 회사 운동장이든 어디든 상관없다"며 사내 제3의 장소를 제안했던 지부는 회사에 재차 "사내에 교섭장소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지부는 "넓은 부평공장 부지를 두고 교섭장소 하나 만들지 못하고 밖에서 한다는 것은 교섭 자체를 회피하거나 교섭할 의지가 없다는 의미이자 생트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부 관계자는 "지부 공식입장을 전달한 만큼 사측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며 "교섭이 조속한 시일에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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