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비정규직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을 돌아보는 증언대회를 열었다. <제정남 기자>

2017년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 첫 방문지인 인천국제공항에서 시작한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자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비정규직 고용안정·처우개선을 이루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며,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던 공약은 이행되고 있을까. 비정규직 당사자들은 "노동존중 궤도에서 탈선했다"는 냉혹한 평가를 내놨다.

비정규직들 '정부 노동정책 점검' 증언대회
정규직 전환·최저임금 1만원 공약 '궤도탈선' 지적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을 돌아보는 비정규직 당사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기간제교사·완성차공장 사내하청 노동자·국립대병원 청소노동자·인천공항 비정규직·발전소 비정규직·영화산업 비정규직·학습지교사를 비롯한 비정규직 300여명이 참여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고용안정, 안전한 일터를 주요 노동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부문에서는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이 아닌 자회사 설립 방식이 광범위하게 추진되고 있다. 노동계는 "자회사는 용역회사와 다름없다"고 반발한다.

3년 안에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던 대선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 등이 포함되고 사용자가 기존 수당을 삭감하면서 최저임금 인상효과마저 반감되고 있다. 비정규직 대량해고가 발생하고 있고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일터에서 죽어 나간다.

이날 증언대회 참가자들은 이런 상황을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정규직은 속거나, 잘리거나, 죽고 있다"는 문장으로 표현했다. 속았거나, 잘렸거나, 일터에서 가족을 잃은 당사자들이 증언무대에 올랐다. 박대성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장은 "정규직 전환이 경쟁채용으로 변질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공사와 자회사의 계약이 기존 하청업체보다 낮게 체결되면서 처우개선이 뒷걸음질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인천공항 노동자들은 대통령에게 속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혜성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기간제교사를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제외했고 영어회화전문강사·스포츠강사도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며 "위원장이 현직이 아니라고, 구직자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로 기간제교사노조 설립신고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해고 행렬, 산재사망 유가족들 "개탄스럽다"

잘려 나가는 비정규직 행렬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도명화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은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도로공사는 1천500명의 요금수납원을 7월1일자로 해고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김천시 통합관제센터에서 일하는 황미란씨는 "10개월 단위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정책이 발표된 뒤 계약해지돼 330일째 정규직 전환·복직 투쟁을 하고 있다"며 "관제센터 노동자 36명 중 19명이 해고됐고, 지금은 17명만 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터에서 일하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도 용기를 냈다.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발전회사는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 위험한 일을 외주화했고, 하청회사는 원청 발전사가 책정한 인건비의 50% 수준만을 아들에게 주며 부려 먹었다"며 "사람의 목숨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기업 행태와 제도를 두고 어떻게 국민 안전과 생명을 보장할 수 있을지 걱정되고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올해 4월10일 수원 고색동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고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도 자리에 함께했다. 그는 "동생이 죽은 뒤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실족사로 단정 짓고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오늘로 사망 79일째가 됐는데도 어떻게 죽게 됐는지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지 못한다"며 "7월 공사가 완료되면 태규의 흔적이 사라지게 된다"고 흐느꼈다.

대회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부에 초점을 맞췄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관계자는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 무대에 오른 24살 비정규직 전기공은 박근혜 퇴진 후 자신의 삶이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했다"며 "최저임금을 받으며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산재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그 청년의 삶은 박근혜 퇴진 후 달라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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