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측의 제화공 퇴직금 지급 의무를 명시한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구두 브랜드 탠디의 한 하청업체가 퇴직금 지급 부담을 이유로 폐업해 논란이다.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는 27일 오전 서울 관악구 탠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체 폐업으로 제화공 1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탠디 본사에 제화공 고용 보장과 퇴직금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탠디 하청업체 중 B사는 지난달 31일 폐업했다. 업체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제화공 16명은 4대 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았다. 실업급여는커녕 퇴직금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부는 “B사는 폐업하면서 공임 일부를 미지급하고 부가세 일부도 제화공들에게 떠넘겼다”며 “제화공들이 본사 앞에서 며칠간 시위를 한 뒤에야 B사가 지급했다”고 말했다. 일부 제화공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 일하고 있다.

B사 폐업 배경에는 퇴직금 소송이 있다. 탠디 제화공들은 약 20년 전부터 회사 요구에 떠밀려 개인사업자가 됐다. 이 과정에서 많은 수의 제화공들은 이전까지 암묵적으로 지급받던 퇴직금 일부를 받지 못하게 됐다. 그러다 지난해 제화공 처우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제화공의 퇴직금 지급 요구도 높아지기 시작했고, 제화공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연이어 나오기 시작했다.

2017년 B사를 상대로 퇴직금 소송을 걸었던 B사 제화공 4명도 올해 1월 1심 법원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당시 “B사에 대한 제화공들의 상당한 정도의 전속성이 인정된다”며 “B사는 제화공들의 재직기간에 상응하는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법원이 명시한 퇴직금 규모는 제화공별 850여만원·1천260여만원·1천330여만원·1천210여만원이다. 사측은 항소했다. 이날 지부 관계자는 “B사는 제화공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느니 폐업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도망간 것 같다”며 “실제 B사는 폐업 당시 제화공들에게 퇴직금 지급 부담이 폐업 사유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지부는 탠디 본사가 제화공 고용 보장과 퇴직금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지부는 “지난 20여년간 본사는 하청업체에게 퇴직금에 해당하는 돈을 내려보내지 않았다”며 “탠디 본사도 결코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실적으로도 하청업체가 혼자 감당하기 힘든 문제인 만큼 원청이 교섭 테이블에 나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노조는 전국 백화점에 있는 탠디 매장 앞에서 시위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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